[내일의전략]"꽉찬 MMF에서 큰장 엿보기"

[내일의전략]"꽉찬 MMF에서 큰장 엿보기"

유일한 기자
2004.11.23 17:58

[내일의전략]"꽉찬 MMF에서 큰장 엿보기"

지난 19일 기준 투신권의 총 수탁고는 170조원이었다. 작년말 135조원에서 35조원 증가했다. 부동자금이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의 정착으로 투신사로 이동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식시장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투신사 수탁고중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는 64조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16, 17일에는 각각 1조원이 넘는 거액이 쇄도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콜금리 인하 이후 8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채권형 수익증권은 금리인하 이후 5조9000억원 증가해 43조원으로 늘었다. MMF와 함께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를 포함한 채권형 수익증권 잔고는 70조원에 이른다.

반면 주식형 수익증권(주식형과 주식혼합형) 잔고는 14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MMF의 1/4 수준으로 금리인하 이후 7000억원이 빠졌다. 올들어서는 4조원이 이탈했다.

하반기 2차례의 콜금리 인하 등으로 채권투자의 기대수익이 크게 낮아졌지만 자금은 채권시장에만 머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남미 순방에서 "국민은행 포스코 KT 주식 등 국민기업은 우리가 갖고 있는 게 좋겠다"며 '매수'를 추천해도, 386 의원들이 여의도 증권가를 방문해 적립식펀드에 가입하는 이벤트를 해도, 시중자금의 증시 '왕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증시관계자들은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의 위축을 들며 부동자금이 증시에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이번 만이 아니었고 번번히 실망으로 되돌아오길 반복했다.

초단기 부동자금으로 볼 수 있는 MMF와 단기 채권형 수익증권에 머물고 있는 107조원의 10%(10조7000억원)만 증시로 유입되어도 종합지수 1000은 물론 1500도 가능하다. 아니 5%인 5조원만 증시로 돌릴 수 있어도 새로운 증시 역사를 쓸 수 있다.

8조8000억원인 고객예탁금만으로는 1000 돌파가 어렵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들어 주식형 수익증권의 환매 압력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등 자금유출이 진정된 것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증시로의 자금유입은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어 금리가 오르는 시점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보았다.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실장도 "채권시장 쏠림 현상은 투자자들이 금리인상으로 채권에서 손실이 나는 것을 몇 번 경험해야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도소매판매 지표의 개선 등 내수회복이 살아날 조짐을 보여야 하는데 그 시기를 내년 2/4분기, 이르면 1분기로 잡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800대 지수에서 시중자금이 움직일 가능성은 낮으며 주가가 한단계 더 상승해야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적립식펀드가 초기에 어떤 수익률을 내는지가 중요하다. 주가상승으로 적립식펀드의 수익률이 좋다는 입소문이 있어야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가가 올라야 주식시장이 풍부한 유동성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한국 증시에는 투자자들을 실망하게 하는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이 기업 가치에 적합한 값을 받지 못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공감대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

단적인 예가 카드 지원 문제. 23일 거래소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중 주가가 하락했거나 상대적으로 덜 오른 종목은 대부분 카드 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었다.

LG카드 증자와 관련LG전자가 4일째 급락(외국인 4일동안 300만주 순매도)했고 ㈜LG는 보합이었다. 국민은행도 0.7% 오르는데 그치며 지수상승을 막았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도 삼성카드의 증자 부담으로 매기가 뚝 떨어졌다. 외국인투자자가 대규모 매도에 나서며 카드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10월 1조5000억원의 순매도를 보이며 불안감을 키운 외국인은 11월들어서도 매도우위의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이틀 순매도만 2700억원이다.

대만 증시에서 지난주에만 13억달러의 순매수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뜩이나 달러화 급락을 계기로 외국인의 매수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송학 교보증권 이사는 이날 거래소기자 간담회에서 캐리 트레이드(달러를 빌려 이머징마켓과 상품시장 등 비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방식)는 막바지에 와 있는 상황이며 급락에 대한 반발로 일시적으로나마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청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 4~5월처럼 캐리트레이드 청산으로 증시 급락세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

단기 채권형 상품에 몰려있는 부동자금이 주식형 수익증권 등 증시로 유입돼 투신사의 매수력이 살아나기 전까지 외국인의 동향에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다. 표정 없이 움직이는 프로그램매매는 이같은 일방적인 수급구조를 부추기며 주가변동성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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