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러브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러브론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자동차대출은 오토론, 주택자금대출은 모기지론. 그렇다면 러브론은? 그렇습니다. 러브호텔 같은 유흥시설에 빌려준 대출입니다. 말 그대로 사랑(love)를 나누는 시설에 빌려준 대출(loan)이죠. 최근 경기침체와 성매매법 등으로 인해 러브호텔에 빌려준 대출이 문제되면서 금융감독당국이 붙여준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집창촌, 룸싸롱 등 유흥업계가 직격탄을 맞았고 이는 고스란히 숙박업계로 파급됐습니다. 룸싸롱에서 소위 '2차'를 내보내지 않으니 러브호텔 방들은 남아 돌고 단속이 두려워 불륜남녀들의 발길도 끊어졌습니다.
러브호텔의 매출감소는 은행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숙박업이 1998년부터 여신금지업종에서 풀리면서 부동산담보대출에 치중하던 은행들이 러브호텔에 막대한 돈을 대출해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숙박업계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은행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러브호텔 리스크에 노출된 셈입니다. 하지만 은행들이 러브론의 부실화로 입는 피해는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은 "러브호텔 문제로 인해 은행들이 입는 가장 큰 피해는 평판 리스크이다"라고 말하더군요.
이른바 향락산업의 한 축인 러브호텔에 무분별하게 대출했다가 손해를 봤다고 하면 일반인들이 은행을 곱게 볼리 없다는 것입니다. 러브호텔 대출의 부실화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돈 빌려줬다 떼이는 것 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거죠.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그만큼 대출을 해줬다가 부실화 된다면 사회 문제가 되겠지만 앞뒤 안보고 러브호텔에 대출했다가 문제가 되면 사람들이 혀부터 찰 거라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숙박업종 여신전문가에 따르면 웬만한 모텔은 방 하나당 1억원, 30개면 30억원으로 간단히 감정가를 산정하기도 했었다고 하니 '묻지마 대출'이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대금업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2년 일부 은행들이 대금업 진출을 추진했지만 금융감독 당국과 여론에 밀려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감독당국이나 여론은 은행이 대금업까지 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상업논리로 따지면 돈 되는데 못할게 있느냐고 할 수 있지만 산업내 역할분담으로 보면 은행이 사실상의 '고리대금업'까지 해야 되느냐는 비판이었습니다.
돈 된다고, 담보가 있다고 어디에나 대출해 주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돈 잃고 욕만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