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근칼럼] 여당 참패 피하려면
연말에 사람들의 안목은 길어진다. 일상의 매몰에서 벗어나 조금은 길게 세상을 돌아보거나 내다볼 수가 있어 평소와는 많이 다른 생각들과 마주치게 되는 탓일까. 사실 정치권력이나 정당에 대한 세상인심의 부질없음이라니! 새삼스런 얘기도 아니다.
한때는 철옹성 같았던 위세도 마치 바람이 이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 일어 저 산 너머로 홀연히 사라지듯이 그렇게 온데간데 없어져 버린다. 금방이라도 정치적 숨통이 멎을 듯한 최악의 정당 지지도는 왜 또 느닷없이 솟아올라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인지.
새해엔 어떤 희비와 우여곡절, 새옹지마와 상전벽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만 보면 새해의 경제는 형편없이 어려울 것임에 틀림없다. 호황기업들의 줄기찬 활약에도 불구하고 내년엔 기본적으로 저성장-고실업의 `경제난'이다. 이 흐름을 바꾸지 못할 경우 당장 벌어질 가장 커다란 사태는 4월 보선에서의 여당 참패다.
정부는 최근 수개월간 민심과 따로 놀았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제난이 아니라고 했고 경제난으로 서민들(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와 취직하지 못한 젊은 백수들, 그리고 본전을 까먹기 바쁜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극도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들을 외면했다.
외면한 적이 없다고 말씀하시려는가? 실제로는 외면-방치했는데도 마음으로는 그런 적 없다고 착각하는 상태야말로 고약한 일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서민의 이탈과 반발이 보선을 계기로 정치적 선택으로 나타날 것이고 그 결과 여당은 모처럼 확보한 과반의석을 상실할 것이다. 곧이어 전개되는 혼란의 상황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경제난으로 인한 선거패배를 속수무책으로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양한 대응방법이 있어 가령 난국이긴 하되 그 원인제공자가 과거의 보수세력이나 야당이라는 분석을 내놔 기득세력을 역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난 자체가 풀려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경제가 선거를 망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봐야 한다. 경제 외적인 방법으로 난국을 헤쳐나가려 하면 힘은 힘대로 들고 효과는 별로일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난은 경제로 푸는 게 제대로 된 정통의 정면돌파 해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의 몇가지 일이 현재 우리 경제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우선 1가구3주택 양도세 중과문제를 보자. 종합부동산세로 주택보유세를 대폭 올리면서, 그걸 피하려고 집을 파는 다주택 소유자에게 다시금 양도세를 엄청 물도록 하는 것은 `본때를 보여주려는 부자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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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길을 터주지 않는 토끼몰이 같다. 여기에 원칙론을 내세우면 참 할 말이 없다. 공정거래법과 집단소송법도 마찬가지다. 부자와 잘나가는 기업들을 토끼처럼 몬다.
이런 일은 청와대의 경제브레인들이 주도한다. 청와대 진용은 경제철학자. 이데올로그들이 끌고 가고 있다. 이들이 테크노크라트들 중심인 경제팀과 부딪치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번번이 경제철학자들이 승리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문제점은 바로 청와대 경제진용에 실용주의자가 없다는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한때 실용주의를 천명한 적이 있으나 노 대통령의 아주 가까운 손발 중에 부지런한 실용주의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뿐만 아니라 시장도 노 대통령 주변에 실용주의자들이 포진하길 바라고 있다. 어찌 보면 경제참모들이 실용주의자들로 대폭 바뀐다 하더라도 대통령, 혹은 현재 정치권력의 경제관, 기업관이 100% 바뀌었다고 기업들이 믿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를 하려는 사람들이나 기업들을 움직이려면 실용주의자들의 전면배치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출발점이다. 그래야 겉돌기만 하던 경제가 조금이라도 풀려가기 시작할 것이고, 경제난으로 결국은 무력하게 잃어버릴 뻔한 내년 보선에서도 뭔가 승부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