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바닥'이 많은 우리 경제

[시평]'바닥'이 많은 우리 경제

유한수 바른경제연구회 회장
2005.03.0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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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바닥'이 많은 우리 경제

 올들어 수출호조, 주가상승, 소비심리 회복 등 좋은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자 정책당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기의 방향을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수백개의 지표 중 몇 개가 호전되었다고 아전인수로 말해서는 안된다. 물론 경제주체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자 하는 정책당국의 속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걸핏하면 "바닥을 쳤다"고 말해서야 정부위상이 양치기 소년 비슷한 처지가 될 위험이 있다. 정부는 2003년 이후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6번이나 주장 한 바 있다.

 작년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전망을 아예 포기했다. 과거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안되는 현상들이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재고가 줄어들면 얼마 안가서 고용이 증가하고 실업률이 줄어들면 일정기간 후 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경제는 이같은 상관관계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지표들이 각기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지표의 움직임을 면밀히 검토해서 인플레 없는 성장세를 유도해야 할 정책당국이 한 두가지 지표를 보고 흥분한 어조로 "바닥을 쳤다"고 말하는 것은 믿음이 가지 않는 행동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도대체 우리 경제에는 바닥이 왜 이리 많은 거야" 라고 빈정대기도 한다. 주가가 올라도 바닥을 쳤다고 주장하고 소비가 늘어도 바닥을 쳤다는 발표가 나오기 때문이다.

 바닥을 쳐도 경제가 금방 상승세를 타는 건 아니다. 금방 상승한다면 거품일 가능성이 많다. 바닥을 다지고 올라가야 내실 있는 성장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경제는 경기침체냐 상승이냐 하는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경기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정책으로 미조정할 수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내재적인 힘에 의해 상승, 하강을 반복하는 것이다. 정부가 경기를 조절할 수 있다면 불경기란 아예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경제가 정말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경제정책이 좌파적이라느니 시장에 너무 개입한다느니 하는 비판들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이 같은 기본적인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경기부양을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최근 노대통령이 해외순방을 자주 하면서 우리기업들이 해외시장개척에 큰 성과를 낸 것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은 정부의 기업정책에 큰 기대를 갖게 한 사건이었다. 노대통령이 혹시 대기업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던 기업들은 이제 대통령의 기업관에 대해서는 거의 의문을 갖고 있지 않다. 기업들이 걱정하는 것은 불경기가 아니라 정부의 기업정책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왜 불경기가 없겠는가. 경기가 하강한다고 해서 항상 정부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들을 의혹의 눈길로 보기 시작하면 아무리 호황이라도 불안한 것이다. 과거처럼 로비나 뇌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간단하다. 그러나 철학이 다르다면 문제가 복잡하다. 다행히 최근 삼성, LG, 현대차 같은 기업들이 국내외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면서 정치권의 기업관도 변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주장하기 보다 기업에 대한 규제가 이제 바닥을 쳤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그 많은 바닥 중에 왜 규제에만 바닥이 없는가. 출자총액제한이니 집단소송이니 하면서 규제는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외국인주주의 비율이 70%나 되는 간판 기업을 아직도 투명성 부족, 황제경영이라고 비난해서 도대체 국가이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 것일까. 전세계 수백만개 제조업 중에서 이익을 2번째로 많이 내고 존경 받는 기업순위로 세계 39위에 올랐다면 이제 자유를 주어도 되지 않을까. 국내보다 해외매출이 많은 기업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무슨 재주로 심판하겠다는 것일까.

 정책당국은 이제 바닥 살피기를 멈추고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무엇인지에 더 신경을 써 준다면 경기는 저절로 살아날 것이다. 그게 싫다면 경제정책의 효과가 바닥으로 곤두박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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