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현금비중 늘리고 후일기약"

[오늘의 포인트]"현금비중 늘리고 후일기약"

홍찬선 기자
2005.03.30 11:36

[오늘의 포인트]"현금비중 늘리고 후일기약"

“‘혹시나~’ 했는데 또다시 ‘역시나!’로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한 증권사의 서울 시내 지점장은 “종합주가가 1000을 넘었을 때 주식을 샀던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면서 ‘이래서 주식투자를 못하겠다’는 불평을 터뜨리는 것을 보면 할 말을 잃는다”고 했다. “이번에는 저금리로 주식의 시대가 열리며 경기도 점차 호전되고 있기 때문에 우량주를 사서 묻어두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주식투자를 권유했던 것이 그다지 오래 전이 아닌데 주가가 하락해 면목이 없다는 것”이다.

이진규 한화증권 르네상스지점 부지점장은 “지금은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주식을 사기보다는 현금비중을 늘려 주가가 더 떨어졌을 때 좋은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노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다. “외국인이 20일 째 2조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가가 오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증시가 13일째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주식투자에 대한 자심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13일 동안 70포인트 가량 떨어져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외국인 매도에 가위 눌린 주가는 도무지 상승할 기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은 30일 오전 11시31분 현재 972억원 순매도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 3일부터 20일 동안 2조244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 언제까지, 얼마나 더 팔까?’에 달렸다

향후 증시 방향은 외국인이 순매도 행진을 얼마나 더 팔면서,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정태욱 현대증권 상무(리서치본부장)는 “외국인은 그동안 많이 샀던 포스코 등 소재주의 PER(주가수익비율)가 낮지만 할인요소 등을 감안할 때는 비싼 수준으로 올라 차익을 실현하고 싶어하며, 삼성전자와 현대차 및 LG전자 등은 환율 효과로 이익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상무는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로 제기된 한국 주식 재평가(Re-rating)는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어서면서 일단락 됐다”며 “주가가 다시 상승해 1000을 넘어서려면 경기회복 같은 다른 모멘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IT에 대한 자신감이 아직 낮고, 내수 회복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것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외국인이 매도하는 한은 주가가 떨어졌어도 사기가 꺼려진다”는 설명이다.

이진규 부지점장도 “종합주가지수가 장중에 60일 이동평균을 밑돌았고 20일 이동평균선도 하락세로 돌아서 바닥이 어디인지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며 “외국인 매도가 일단락되기 전에는 주가가 상승하기 보다 지리한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급이 재료보다 우선하지만 재료는 수급보다 길고 강하다

현재 증시는 여러 가지 악재에 짓눌려 있다. 외국인 매도와 프로그램 매도 가능성, 미국 금리 인상과 유가 상승, 북한 핵과 독도 문제 등 지정학적 문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인한 국내 자금의 증시 유입 주춤 등…. “지금 증시에 호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한 투자자문회사 사장)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 눈과 귀에는 악재만 보이고 들린다. 주가가 상승할 때는 호재만 보이고 들리는 것과 정반대다. 하지만 주가 상승기에도 악재가 있는 것처럼, 주가가 떨어질 때도 호재는 있다. 다만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정태욱 상무는 “수급이 재료보다 우선하지만 재료는 수급보다 길고 강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장기간 순매도로 수급 균형이 무너져 주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IT 경기가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고 수출도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어 극심한 비관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박종규 메리츠투자자문 사장도 “2월 산업생산이 나쁘게 나왔지만 1~2월을 합하면 견조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지수는 단기적으로 20~30포인트 더 하락할 수 있지만 지수하락보다는 경기와 기업이익 회복세가 강해지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떨어져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가치와 성장성에 비해 싼 주식을 갖고 있으면 오른다는 것을 믿는 장기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지금은 수확할 때?..수급 꼬였다"

“쉬는 것도 투자다”

“그저께 주식을 모두 팔았습니다. 어제 주가가 많이 떨어져 오늘 동시호가 때 삼성전자를 사려고 하다가 꾹 참았습니다. 어제 오늘 떨어지고 있으니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오늘의 포인트’를 쓰고 있는데 대전 L씨가 전화를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식을 사지 않고 잘 참았는데, 9개월을 쉬고 와서 그런지 자꾸 마음이 급해진다”는 것이다.

요즘 개인투자자들의 마음이 대전 L씨와 같을 것이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니 지금 사면 단기적으로 몇 %는 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26일 효과'의 한계

하지만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반등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늘의 주가는 오늘의 수급과 오늘의 증시 여건에 따라 결정될 뿐 어제까지의 주가 흐름과는 엄밀하게 말해 큰 관련이 없다(물론 관성의 법칙이 있고,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다).월가는 외국인 매도를 어떻게 보나

외국인 매도가 일단락될 때까지는 매수를 유보하는 게 좋다. 현금을 갖고 있어야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꿈에 그리던 좋은 주식을 발굴했는데 주식에 자금이 묶여 있어 살 수 없으면 얼마나 속상할 것인가? 상황이 불투명할 때는 쉬는 게 주도권을 잃지 않고 내 것으로 휘두를 수 있는 비결이다."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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