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지키지 못할 법이 범죄자 만든다

[시평]지키지 못할 법이 범죄자 만든다

유한수 바른경제연구회 회장
2005.03.31 12:3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시평]지키지 못할 법이 범죄자 만든다

이헌재 씨와 최영도 씨의 공통점은? 위장전입으로 농지를 사 부자가 된 분들이다. 법을 어겼기 때문에 여론의 질타를 받고 공직에서 물어났다. 이에 대해 5060 세대로 개발연대에 산 분들이 재산을 불렸다고 공직 추방이라는 징벌을 받아야 하는가 라는 동정론도 나온다.

과거 법에 의하면 농지를 사기 위해서는 농지 부근에 실제 거주해야 했다. 농지 부근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고 싶다면 위장전입을 해야 했다. 물론 위장전입은 나쁘지만 농지매매를 농민(혹은 농촌거주인)간에만 일어나게 한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모두 아무런 말이 없다.

농부가 농지를 팔고 싶을 때 수요자를 제한하면 제값을 받을 수 없다. 내 논을 옆집 농부가 무슨 돈으로 살 수 있겠는가. 시장형성이 안되는 것이다. 시장이란건 규제를 해놓으면 수요·공급자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규제를 회피할 수가 있다. 위장전입이란 그런 회피수단이다.

만약 정책당국이 농지매매를 법대로 강력하게 단속할 생각이 있었다면 계약서를 보고 (서류상) 농촌으로 이사온 지 1주일 밖에 안된 사람들에게는 허가를 내주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는 어디 그런가. 법은 법대로 (식물인간 처럼) 살아있고 계약은 계약대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위장전입이라는 편법을 통해 땅을 샀고 그래서 농지가 재산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법치주의 의식이 약한 이유 중 하나는 이같이 법이 요구하는 규율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법을 어기면서도 죄의식을 가지지 않고 모두가 공범자가 된다.

관세법에 의하면 해외에 나가서 400달러 이상 물건을 사면 귀국시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실제 누가 그런 규정을 지키는지 궁금하다. 화재예방법과 위생법을 규정대로 다 지키면 식당을 차리는게 불가능 하다고 업주들은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구비례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식당이 많은 나라 중 하나다.

다시 부동산 시장을 보자.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특징은 “안되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신규분양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새 아파트의 분양을 하니 전매하면 시장질서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불법, 탈법적 방법으로 얼마든지 전매가 가능했다. 임대 아파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임대아파트는 서민의 주택난을 덜어줄 목적으로 짓는 것이다. 매매가 된다면 정부의 정책목표와는 어긋나는 것이다. 그렇지만 벌써 사실상 매매하는 방법이 개발되어있다. 업자들은 그 방법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시장원리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시장가격보다 낮은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면 횡재할 기회(전매해서 프리미엄 챙기는 것)를 주는 것이다. 누가 횡재를 마다하겠는가. 건설업자들에게 임대아파트는 수지 맞는 장사가 아니다. 월세 받아서 언제 건설비를 뽑겠는가. 매매금지를 풀 수 없다면 에당초 짓지도 않았을 것이다.

2000년 경 부터는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정부가 재건축을 활성화해 횡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용적율을 높여주니 15평 아파트가 30평 짜리 새 아파트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와 같이 주변에서 정부 정책만 잘 좇아가면 (혹은 반대로 가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성공사례가 늘어나자 강남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구매세력이 엄청나게 늘었다. 일부 강남 주민은 특혜를 받은 셈이고 강북지역 주민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셈이다.

위장 전입은 적극적으로 재테크를 한 경우다. 재건축은 특정지역 주민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는 특혜다. 이제 개발이익 환수니 임대주택 건설 의무화니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남는게 있으니 재건축을 한다. 특혜의 규모가 줄었을 뿐이다. 여기에 규제가 더 들어가면 또 다른 회피수단이 개발될 것이다.

이헌재씨 사건을 보면서 고작 얻은 교훈이 “공직에 가려면 재산문제가 깨끗해야 한다”라고? 문제의 본질은 왜 지키지 못할 법을 만들고 우리 모두 법을 어기면서 죄의식을 가지지 않느냐 하는 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