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외교와 경제
우리나라의 휴대폰은 세계시장에서 이제 명품의 반열에 올라 있다. 훌륭한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 그리고 내구성으로 인해 고급품으로 인식되면서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의 노키아가 시장점유율 1위이기는 하지만 중저가제품 위주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에 고급품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휴대폰이 파고 들어갈 공간이 상당히 넓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고급품인 휴대폰의 부품 국산화율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폰의 경우 70%정도이다. 특히 CDMA폰의 경우 제조원가의 12.5%를 차지하면서 휴대전화의 ’머리’ 역할을 하는 MSM을 미국 퀄컴사로부터 100% 수입하고 있고 제조원가의 13.5%를 차지하는 메모리도 85% 정도를 수입산에 의존하는 등 5대 핵심부품(MSM, LCD모듈, 카메라모듈, 메모리, 배터리)의 국산화율은 57%에 그치고 있다. 우리가 2004년도에 187억 달러를 수출한 자랑스런 수출품인 휴대폰의 핵심부품 중 43%에 해당하는 부품이 주로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된다는 사실을 보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2004년 한 해 우리경제는 2500억 달러를 수출하고 2200억 달러정도를 수입하였다 이중 미국 및 일본에 대한 수출은 646억 달러 정도로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수입은 750억 달러정도로서 전체수입의 34%를 차지한다. 특히 수입의 경우 3분의 1이 이 두 나라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 속에서 우리 경제가 10위권을 넘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국가 특히 미국 및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자꾸 더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노대통령은 미국에 대해서는 10년 내 주한미군 전시작전권 회수를 거론하면서 한미동맹을 좀 더 유연하게 가져가겠다고 선언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독도문제와 관련하여 할 말은 하겠다고 강경 대응방침을 천명함으로써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탈피하여 동북아 균형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어쩐지 불안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GDP가 6800억 달러인데 수출규모가 2500억 달러로서 철저하게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가, GDP가 10조달러, 4.5조 달러인 두 나라들과의 동맹관계를 청산하고 균형적인 입장으로 가겠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회의가 든다. 한국 상품 불매운동이라도 일어나고 통상마찰이라도 빚어지면 과연 어떤 대안을 가지고 접근할 것인지 심히 걱정되는 바가 크다.
1997년 우리나라가 외화유동성부족으로 소위 IMF 위기를 당했을 때 1차로 들어온 80억불의 자금은 외국금융기관의 자금회수로 인해 금방 소진이 되어 버렸다. 결국 클링턴 정부의 도움으로 210억 달러의 추가자금 제공이 결정되고 미국재무성이 국제금융기관들에게 한국에 대한 외화자금회수를 자제할 것을 요청함으로써 일단 위기가 진정되기 시작한 적이 있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유감스러울 정도로 크다. 따라서 전세계 경제규모 1위와 2위인 미국과 일본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은 소득증가에 비례하여 커지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의존도가 커지는데 외교적으로는 이들과 멀어지면서 균형자적 입장을 고수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그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지 특히 경제부문에 미칠 파장이 어떠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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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에 있어서 외세에의 의존을 탈피하여 자립적이고 균형적인 입장을 고수한다는 말은 피를 끓게 할 만큼 너무도 멋있는 구호이다. 그러나 경제현실이 그러한 구호를 수용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이 추진되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이는 재고되어야 한다. 외교와 경제는 결국 같이 가는 것이다. 결코 완벽하게 분리될 수는 없다. (바른회의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