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외국자본 어떻게 봐야 하나

[시평]외국자본 어떻게 봐야 하나

이상빈 한양대 교수
2005.04.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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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외국자본 어떻게 봐야 하나

세계적인 경제전문지로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우리들로서 파이낸셜 타임즈에 호감이 가는 이유가 적어도 한 가지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을 대하면 우선 그 방대한 분량에 질리게 된다. 도저히 하루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 아니다. 그러나 누런색을 띠고 있는 파이낸셜 타임즈는 그러하지 않아 우리에게 친숙하게 느껴 질 때가 많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즈의 보도에 대해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신문이 한국에 대해 악의적 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가 너무 민족주의 정서에 빠져 외국자본에 지나치게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5%룰' 등에 대한 파이낸셜 타임즈의 보도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오보임에 틀림없지만 이를 계기로 외국자본의 공과에 대해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외국자본의 단기투자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는 있지만 외국자본이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성숙시켰다는 점에서는 아무런 의의가 있을 수 없다. 자본도 희소한 자원이라는 점에서 외국자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그만큼 우리나라가 희소자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규제면에서 국내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 간에 역차별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에 있다. 국내산업자본과 국내금융자본을 철저하게 분리하면서 외국자본에 대해서는 이를 제대로 적용할 수 없는 점도 역차별이다.

외국인 투자를 우대하기 위해 취한 각종 혜택을 철폐하든지 아니면 이와 상응한 대우를 국내기업에게 해줄 때가 온 것 같다. 400조로 추산되는 부동자금이 투기를 위해 떠돌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할 길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지 국내기업에게 없는 혜택을 주면서까지 외국자본을 유치할 필요는 없다.

부동자금을 산업자금으로 흡수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난마처럼 얽혀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자본은 투기자본일수록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몇몇 조치를 내세워 소액투자자들의 마음을 잡는 한편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앞세워 우리나라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외국자본이 투기자본인지의 여부를 불문하고 외국자본을 무조건 신뢰하는 행동은 우리 경제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마치 서부활극 영화에서 백인은 항상 선하고 인디언은 무조건 악의 축으로 묘사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장자'라는 책에 우물 안 개구리와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외국자본의 논리에 따르지 않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외국자본의 논리에 따라 학의 다리를 자르는 우를 범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외국자본은 냉혹한 이윤추구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자본일 뿐이지 우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보장해 주는 천사가 아니다.

 

대기업의 오너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여 대기업 자체를 미워해서는 아니 된다. 대기업의 오너가 잘못을 범하면 대기업을 살리면서 이를 벌하면 되지 대기업 자체를 공중분해 시킬 필요는 없다. 대기업은 우리의 영원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의 투기자본이 우리 대기업을 마음대로 요리하게 내 버려둔다면 우리는 결국 되로 받고 말로 주는 우를 범하게 된다.

 

우리의 단점을 외국자본의 위세를 빌려 해결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잠재력의 배양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우리 것을 항상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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