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유가-물가-금리의 퍼즐

[내일의 전략]유가-물가-금리의 퍼즐

이상배 기자
2005.06.28 17:12

[내일의 전략]유가-물가-금리의 퍼즐

"유가상승은 물가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금리인상 압력을 높인다"

"유가상승은 경기둔화 요인이기 때문에 금리인상 압력을 낮춘다"

언뜻 보면 둘다 맞는 말처럼 보인다. 둘 중 어느게 맞는 말인지를 묻는다면, 정답은 "그때 그때 달라요"일게다.

같은 변수에서 정반대의 결론을 이끌어낸 것은 다른 변수들을 모두 무시했기에 가능했다. 경기확장 국면인지, 경기둔화 국면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이다. 또 그 답에 따라 주식시장이 앞으로 갈 방향도 달라질 것이다.

문제는 지금이 경기확장 국면이냐, 경기둔화 국면이냐에 대해서도 시장참여자들의 합의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을 기준으로 보면 경기선행지수가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못했으니 여전히 경기둔화 국면에 가까운게 사실이다.

만약 경기둔화 국면이라면 유가상승은 생산자 물가에는 부담을 주지만, 생산자 부담이 소비자 물가로 전가되기는 어렵다. 이 경우 소비자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는 반면 생산자들이 위축되면서 경기는 추가로 둔화될 수 있다. 따라서 경기둔화 국면의 유가상승은 금리인상 압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경기 측면에서는 나쁘지만 유동성 측면에서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유가상승은 물가상승 요인이라기 보다 경기둔화 요인에 가깝다"며 "생산자들의 물가 부담이 소비자 물가로 전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TIPS(인플레이션 조정 국채)에 반영된 기대 인플레이션의 강도 역시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반면 경기확장 국면에서는 생산자들이 유가상승분을 소비자 물가에 한결 자유롭게 전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유가상승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연결되고, 이는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권혁준 서울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진다"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다. 경기둔화 국면인데도 국제유가가 생산자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뛰어오르는 것이다. 이 경우 생산자 부담이 소비자에까지 전가되면서 물가도 크게 뛰어오른다면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상승)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경기가 둔화되는데도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가능성은 낮다는 점에서 당장 스태그플레이션을 논하기는 이른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어쨌든 지금처럼 미국 경기가 약한 상황에서 유가급등이 물가급등과 금리인상 압력 확대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적어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유가 때문에 금리를 시장 예상치 이상으로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기석 삼성증권 증권조사파트장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올랐지만, 다시 떨어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FRB가 당장 금리정책을 통해 대응할 문제는 아니다"며 "FRB 입장에서는 국제유가가 추가로 오를지,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현행대로 금리정책을 유지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기업의 입장에서는 달러기준으로 유가가 오르는 가운데 원화마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원/달러 환율이 더 크게 오를 경우 원화 환산 유가 수준은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로그램에 좌지우지

중간 배당락일(29일)을 하루 앞둔 가운데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엎치락 뒤치락하는 장세가 이어졌다.

28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63포인트 오른 994.74로 장을 마쳤다. 거래대금은 2조3585억원으로 전날보다 소폭 줄었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외국인과 개인이 동반 팔자에 나섰다. 외국인은 781억원 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도 836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기관은 108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는데, 프로그램 순매수가 632억원을 차지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국제유가 상승은 현재 주식시장에 가장 큰 악재"면서도 "시장의 추세를 돌려놓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양경식 대신증권 수석연구원은 "3/4분기 주식시장은 경기회복을 미리 반영하면서 생긴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갭을 줄이기 위한 조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4/4분기에는 미국 금리인상 종결과 내수경기 회복을 확인하면서 사상 최고치인 1145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낮아지겠지만, 2001년 이후 지속된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안정 성장 국면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동수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6월 FOMC의 금리인상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며 연말 정책금리 목표수준을 3.5%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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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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