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낙관론이 끓어오를 때...

[내일의 전략] 낙관론이 끓어오를 때...

이웅 기자
2005.07.27 18:13

[내일의 전략] 낙관론이 끓어오를 때...

주식시장에서의 진실은 종종 역설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경험많은 투자자들은 지금처럼 낙관론이 팽배할 때가 사실은 가장 위험할 때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들의 증시전망은 그 자체가 모순일 수도 있다. 내용은 지극히 낙관적이지만 낙관의 강도가 세고 빈도가 잦을수록 투자자들은 오히려 더욱 강하게 정반대 상황을 떠올리며 퇴각로를 찾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주가지수 목표치를 앞다퉈 올려잡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1000포인트 돌파도 어렵다고 봤던 증권사들까지 대부분 단기 1200 이상, 장기 2000까지 외치고 있다. 낙관의 근거는 다양하지만 모두가 위쪽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한배를 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해서 고점을 예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3월만 하더라도 종합주가지수가 5년만에 1000포인트를 돌파할 무렵 증권사마다 나서 지수 목표치를 상향조정하자 증시 주변에서는 '팽배한 낙관'을 이유로 고점이 임박했음을 지적하는 경계감이 확산됐었다. 이후 증시는 5월 중순까지 2개월여 동안 10% 가량 조정을 받았지만 그 뒤로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바라고 있지만 증시는 이를 무시한 채 꿋꿋하게 전진하고 있다. 오랜 상승의 피로감과 매물 부담이 적지 않지만 증시는 이를 소화해가며 꾸준히 고점을 높여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1100선 부근에서 한차례 저항이 있을 수 있겠지만 깊은 조정없이 지금의 상승 추세를 역사적 고점(1138)까지 끌고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이 올랐다'는 심리적 부담 외에는 특별한 악재가 없는 데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환적인 수급구조에 기반한 풍부한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꿋꿋한 전진

27일 코스피시장은 이틀째 치열한 매물 공방을 벌인 끝에 오름세로 마감했다. 연중 고점을 1100선 문턱까지 끌어올리며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이틀 연속 1000억원 이상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지만, 증시는 이를 모두 소화하며 꿋꿋하게 전진했다. 막판 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소식이 알려졌으나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43포인트(0.22%) 오른 1093.03으로 마감했다. 장중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고점은 1098.67, 저점은 1084.12로 일중 변동폭이 15포인트에 달했다. 거래량은 6억2085만주로 전날보다 줄어든 반면 거래대금은 3조5455억원으로 늘어났다.

외국인 신용등급 상향 소식이 전해진 후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3대 매수 주체가 모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101억원, 개인은 316억원, 기관은 399억원을 각각 순매도 했다. 반면 기타 법인들이 838억원을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1842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이 장기간 급등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장중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외국인 등 수급 여건이 좋아 프로그램 매물로 인한 출렁거림을 제한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특별히 시장이 흔들릴만한 요인은 없다"며 "1100이 심리적인 저항선이 될 수는 있겠지만 밸류에이션 상으로 그리 부담스럽진 않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상향은?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날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단계 상향조정했다. 지난 2002년 7월24일 BBB+에서 A-로 올린 뒤 3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증시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한 편이다. 마감 직전 소식이 알려지면서 증시의 오름폭이 확대하는 듯했으나 이내 제자로 돌아왔다. 예전 같으면 매수세를 강화했을 법한 외국인들은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기라도 한다는 듯 등급 상향 후 차익실현에 나서는 모습까지 보였다.

최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 북핵 리스크가 낮아진 데다 삼성전자 등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이 잇따르는 등 국가신용등급은 상당 부분 예견됐던 일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를 재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굿 뉴스긴 하지만 흥분할 것까지는 없다는 반응이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의 신용등급은 사실상 6월 말~7월 초 이미 상향 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6자회담이 재개되면서 북미 관계 개선이 점쳐졌고 삼성전자가 국가신용등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는 것과 때를 같이 해 외국인의 순매수가 갑자기 늘어났었다"고 밝혔다.

양경식 대신증권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특히 그동안 신용평가사들의 우려를 샀던 국내 가계 부문에 대한 건전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는 또한 하반기 내수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주가 상승을 위한 심리적인 토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양 연구원은 또한 "국가신용등급 상향은 은행들의 건전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담고 있어 앞으로 은행들에 대한 등급 상향이 잇따를 수 있다"며 "은행 등 금융주에 대한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용등급 상향은 통상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원화가치 절상 압력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 걸리지만 그보다는 국내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안정적인 접근이 확대될 것이란 잇점이 훨씬 더 크다"고 덧붙였다.

목표지수 줄줄이 상향

증시 상승 분위기 속에 국내외 증권사들의 주가지수 목표치 상향이 줄을 잇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디리요네(CLSA) 증권은 2008년 중국 북경 올림픽 이전까지 종합주가지수가 2000포인트를 찍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이날 내놨다. 아시아의 한류(Korean Wave) 열풍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촉매가 될 것이란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앞서 지난 3월 골드만삭스가 3~4년내 2000포인트 도달할 것으로 예견했을 때와는 반응이 다르다. 당시는 의구심이 앞섰지만 지금은 훨씬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성증권은 전날 종합주가지수 12개월 목표치를 종전 1176에서 1267로 상향조정했으며, 현대증권은 3개월 목표치를 970~1130선에서 1030~1250으로 끌어올렸다. 이보다 앞서 우리투자증권은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1140에서 1220으로 높였고 한화증권도 1150에서 1250까지 상향조정한 바 있다. JP모감증권도 1050에서 1200으로 올려잡았다.

보다 큰 그림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금의 국내 증시 상황이 장기 박스권을 탈출해 급상승하던 1980~1990년대의 미국 증시와 여건이 흡사해 비슷한 행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의 경우 1960~1970년대 약 20년간 600~1000포인트 사이에서 횡보하는 장기적인 조정 과정을 거친 뒤 이후 1980~1990년대 20년간 1만1000포인트까지 11배나 급상승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종합주가지수는 1000포인트를 돌파한 19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15년간 500~1000 사이에서 횡보해오다 올 7월부터 박스권을 탈출해 새로운 추세로 접어들었다는 것.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장기 사이클이 이미 시작됐다"며 "과거 장기 저항선이었던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는 앞으로 중요한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까지 1360포인트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대응 전략은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고점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빠져나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눈치보기를 하는 상황"이라며 "장중 변동성이 심해지고 있지만 시장이 많이 올라간 것 외에 악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웬만한 재료들은 다 공개된 상태여서 추가 모멘텀이 없는 데다 전고점이 임박한 데 따른 심리적 부담 때문에 속도조절을 하고는 있지만 중간에 조정을 받기보다는 추가 상승이 지속된 뒤 비교적 깊은 조정이 한꺼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100선에서 저항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수금과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 등 단기적인 기술지표들은 물량 소화가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내 경기가 바닥권을 탈출하고 있음을 알리는 시그널이 가시화되는 등 여건이 호전되고 있어 저항을 돌파하는 데 저항은 있어도 큰 폭의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곧이어 재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한 "최근 증시의 매기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지만 내수 경기가 호전에 초점을 맞춰 하반기 이후 모멘텀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IT 하드웨어, 자동차, 은행 관련주를 주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나머지는 소비 회복과 함께 실적이 꾸준히 턴어라운드되는 종목들을 선택해 조정시 저가매수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양경식 대신증권 수석연구원은 "주가 상승에는 하반기 펀더멘털 개선과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근 이러한 기대감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면서 증시의 하방 경직성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과열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대규모 조정이 발생할 것으로 보지 없는다"며 "사상 고점을 향해 계속 전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여기 저기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우량주 중심으로 분할매수한 뒤 보유하는 것이 낫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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