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사상 최고점 1m 앞으로
시장경제 체제에서 모든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주식의 가격인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도 바로 수급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증시의 상승 원인은 지극히 단순하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는 많다는 것. 즉 주식을 살 돈은 많은 데 팔 주식은 모자란다는 것.
최근의 강세장을 설명하는 증시 전문가들의 말 속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는데 그건 바로 '유동성'이다. 유동성 장세란 주식을 살 자금은 많은 데 팔 주식이 부족해서 주가가 오르는 상황을 달리 표현한 말이다.
올 초부터 시작된 국내 증시의 랠리를 배경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 중 하나는 적립식펀드와 변액보험 등 간접투자 자금의 유입이다. 6월 말 현재 적립식펀드의 잔고는 8조원을 웃돌며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 관련 해외뮤추얼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이어지는 등 외국인의 자금도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물량은 최근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적립식 펀드 등으로 매수 기반이 확충된 국내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이 사모은 뒤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금 여력이 좋아 기업들이 신규로 발행하는 주식물량도 많지 않다고 한다.
결국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니 주가가 안 오를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나 시장 밸류에이션, 그밖의 각종 기술적 분석지표 등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하지 않아도 지금의 시장 상황을 설명하고도 남는다.
증시의 단기 수급 지표인 위탁자미수금과 매수차익거래잔고는 종종 단기 과열 여부를 가늠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최근에도 이 2가지 잔고가 급증하면서 증시의 과열신호로 해석됐다. 미수금은 이틀전 사상 처음 1조5000억원대로 늘어났으며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1조2000억원대로 불어나 증시에 부담을 줬다. 둘 다 때가 되면 해소해야 할 일종의 매도 대기자금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둘 다 최근 이틀째 감소세를 보이면서 증시가 단기 수급부담을 상당 부분 해소한 모습이다. 27일 현재 미수금은 1조2000억원대로 후퇴했으며, 매수차익거래 잔고도 1조원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사상 최고점 돌파를 눈앞에 상황에서 증시가 단기적으로 운신할 수 있는 폭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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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최고점 돌파 임박
28일 코스피시장은 10년 8개월만에 1100선 위로 올라섰다. 사흘째 이어진 총 5000억원 가까운 프로그램 매물 폭격을 외국인이 홀로 받아냈다. 사상 최고점과(종가 1138.75, 장중 1145.66)의 거리는 이제 불과 40여포인트로 좁혀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들이 일제히 오름폭을 확대했으며, 특히 SK텔레콤과 KT 등 통신주들의 시세가 분출이 눈에 띄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1.69포인트(1.07%) 오른 1104.72로 마감했다. 장중 고가 1106.44, 저가는 1097.38. 한때 1100선을 이탈하는 등 저항이 커지는 듯했으나 장중 내내 오름폭을 유지하며 전날에 비해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1100선을 넘어선 것은 199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거래량은 6억4155만주, 거래대금은 3조9076억원으로 전날보다 다소 늘어났다.
외국인은 1166억원을 홀로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611억원, 기관은 1086억원을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1793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차익거래는 1522억원, 비차익거래는 26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통신(6.03%)을 비롯해 의약품(+1.19%), 기계(+2.08%), 전기전자(+1.06%), 유통(+1.32%), 건설(+1.63%), 금융(+1.03%), 은행(+0.94%), 증권(+1.10%) 등 대부분 강세를 보인 반면 서비스(-0.38%), 보험(-0.14%), 화학(-0.01%) 등 일부만 악세를 나타냈다.
◈ 고점을 예단하지 마라
여전히 특별한 장세 변화의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주가지수가 11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고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장의 조정보다는 당분간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쪽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임정석 세종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지표들이 나와 하반기 경기회복을 재확인해주는 8월 중순까지는 지금의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란 재료를 현실로 확인한 이후 눌림목 장세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임 센터장은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펀드매니저나 개인 모두 꺾일 때까지는 가겠다는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다"며 "조정이 어떤 양상으로 찾아올 지는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의는 해야겠지만 아직은 장세를 즐기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이 낫다"고 권고했다.
그는 또한 "종목별로도 아직 매수할 만한 곳들이 남아 있다"며 "그동안 소외돼온 통신주들의 이날 강세를 보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직접저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금융주에 대한 관심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는 신중함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특별한 장세 변화는 없지만 글로벌 증시와의 동조화라는 컨셉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섹터별로 이뤄지는 절묘한 로테이션 덕분에 시장이 크게 과열이라는 느낌을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날 정유주에 이어 이날은 그동안 가장 움직임이 둔했던 통신주가 랠리에 가세하면서 섹터별 선순환 흐름을 재확인해줬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고점은 아무도 모르지만 과거의 경험치로 볼 때 이런 경우 해외증시의 흐름과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장세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장세를 미리 예단하기보다는 자기 나름의 매도 신호를 정해놓고 이를 확인한 후 사후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최근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증권주가 시장의 리트머스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증권주가 아주 급격하게 꺾일 때 장세가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내일의 주요일정
내일(29일)은 국민은행, 하나은행, 기아자동차, KTF, 파라다이스, 디엠에스, CJ인터넷 등이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경제지표로는 한국은행에서 6월 국제수지 동향(잠정치)을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6~7월 소비자물가(도쿄, 전국)와 6월 산업생산(잠정치)과 고용동향 등의 경제지표가 예정돼 있다.
미국에서는 오늘 밤(현지시간 28일) 6월 소매판매와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 등 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으며, 엑손모빌, 게이트웨이, 메트라이프 등이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다음날(현지시간 29일)에는 2분기 GDP(잠정치)와 7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와 시카고구매관리자지수가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