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대연정과 1000포인트

[내일의 전략] 대연정과 1000포인트

이웅 기자
2005.07.29 19:25

[내일의 전략] 대연정과 1000포인트

주식시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한꺼번에 녹아드는 용광로와 같다. 때문에 이 용광로의 온도를 재는 온도계인 주가지수는 경제는 물론 정치와 사회, 국가적인 위험까지 측정하는 바로미터로 쓰인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주식시장 '개입'이 잦다. 지난주에는 8000만원이나 되는 사재를 꺼내 주식펀드를 매입한 사실을 공개해 시장을 술렁이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야당과의 대연정이라는 정치적인 승부수를 띄우면서 주가지수를 거론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통령은 연정 제안이 지역주의 타파라는 최대의 개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내린 결단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연정 제안 다음날(29일) 가진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은 왜 하필 '6자회담', 'X파일' 등 각종 현안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연정 제안을 내놨냐며 제안의 의도를 캐묻는 질문을 받고 선뜻 "주가 1000포인트 시대 들어갔으면 대통령이 약속한 정치 개혁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눈치 빠른 투자자라면 대통령의 말이 갖는 함의를 짐작했을 만하다. 말인즉슨 대연정을 구상하게 된 건 여당의 재보궐 선거 참패로 원내 여당 과반수가 무너진 지난 4월 말부터였다는 것. 그리고 이를 공론화할 기회를 엿보다 "주식시장이 1000포인트를 넘기고 안정되는 것을 보고" 이를 타이밍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1000포인트는 주가지수 이상이다. 이는 경제와 사회에 대한 최고권력자의 총체적인 판단을 집약해서 드러낸 상징적 수사로 해석될 수 있다. 대통령은 주가지수를 경기회복에 대한 믿을 만한 지표이자 경제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얘기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주식시장이 1000포인트를 넘기고'가 아니라 '안정되는 것을 보고"라는 대목이다. 이는 증시 주변의 기대처럼 대통령 역시 앞으로 1000포인트를 지지선으로 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란 데 확신을 갖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 나아가 1000포인트 시대란 지금까지 먹고살기 바빠서 하지 못했던 정치개혁들까지 감내할 만큼 사회와 경제가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국내 증시는 1989년, 1994년과 1999년 앞서 3차례나 1000포인트를 돌파했지만 이를 지속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결과 증시는 15년 이상 500~1000의 장기 박스권에 갖혀 있어야 했다. 이는 아직 극복하지 못한 한국 증시와 경제의 미숙성에 대한 반증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최근 증시가 이 같은 장기 박스권을 탈출할 조짐을 보이면서 증시와 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이행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었지만 예전같이 어색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는 것은 갈 길을 제대로 가고 있음을 반증한다.

◈ 외인 매물소화..5일째 상승

29일 코스피시장은 5일 연속 상승, 1110선 위에 안착했다.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늘어나면서 오전 한때 하락반전하기도 했으나, 외국인 중심의 매수세가 차익 매물을 소화해내면서 안정적인 상승 흐름이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주들이 오름폭을 확대하며 상승 분위기를 주도했다. 은행, 금융주가 강세를 지속한 반면 증권주와 전날 오름폭이 컸던 통신주는 조정을 받았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6.57포인트(0.59%) 오른 1111.29로 마감했다. 장중 고가는 1113.43, 저가는 1101.37. 거래량은 5억3645만주, 거래대금은 3조4522억원으로 주말 효과가 겹치면서 전날보다 줄었다.

외국인은 755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209억원, 개인은 713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1891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나흘째 순매도다. 차익거래는 1326억원, 비차익거래는 56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철강금속(+2.15%), 운수장비(2.82%), 건설(+1.78%), 금융(+1.22%), 은행(+1.49%), 보험(+1.80%) 등의 강세가 두드러진 반면 의료정밀(-2.20%), 비금속광물(-1.09%), 화학(-0.84%), 증권(-0.96%), 전기가스(-0.50%), 유통(-0.46%)은 약세를 나타냈다.

한편 코스닥 시장은 이날 거래대금이 2조9207억원으로 3년 4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0.99포인트(0.18%) 내린 546.68포인트로 마감, 6일만에 하락했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장중 마이너스로 갔다 당겨 올라오는 양상을 보이는 등 최근의 상승 흐름이 연장된 모습"이라며 "급등에 따른 조정 우려가 존재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지표의 개선과 미국 증시 호전에 힘입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차 등 자동차가 강세를 보이며 시장을 주도하는 등 업종별, 종목별 순환매 메카니즘이 아직도 잘 돌아가고 있음을 재확인시켜줬다"고 덧붙였다.

◈ 대형주로 갈아타라

시장 전반적인 분위기는 쉬어가고 싶다는 쪽이지만 상승을 막을 만한 악재가 없다. 오히려 호재만 즐비하다. 위안화 평가절상의 미미한 파장, 6자 회담 개최, 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국내 경제지표의 개선, 미국 증시의 강세 등등.. 여기다 현대차와 하이닉스 등 간판 기업들의 실적까지 뚜렷한 개선을 보이고 있다.

3개월째 이어지는 상승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현재의 상황에 대한 우려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증시가 기술적인 과열 부담을 무시한 채 추가 상승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의미있는 조정은 남은 전고점인 사상 최고점을 돌파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양경식 대신증권 수석연구원은 "다음주도 시장을 억누를 만한 악재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조정다운 조정은 역사점 고점을 넘어선 뒤에 가능할 것으로 보는 데 그 시기는 선물옵션만기가 돌아오는 8월 둘째주쯤 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정시까지 주가지수는 1180 부근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이후 조정은 폭이 8~9% 내외로 1070~1080 부근까지 이뤄질 것 본다"고 덧붙였다.

양 연구원은 "주가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기술적인 과열에 따른 조정 우려가 있지만 아직 전반적인 증시의 수준은 고질적인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그나마 저평가의 해소도 섹터별로 단계적인 과정을 거치며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과열 징후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증시가 당분간 조정없는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주 위주로 시장의 흐름을 타는 대응 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란 주문이다.

양 연구원은 "최근 미수금이 늘어나면서 개인의 투자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들이 장중 심한 등락을 보이는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개인도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로 눈을 돌려 시장의 남은 상승 여력을 안정적으로 향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을 끌어 올리는 바탕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상승 국면의 중장기적인 주도주는 IT, 자동차, 금융 등 우량주지만 주도주가 과거처럼 일부 종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2~3일 간격으로 순환매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흐름을 잘 읽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단기 대응 전략으로는 순환매의 흐름을 타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IT, 자동차, 금융 등 대형 우량주들을 꾸준히 분할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체크포인트와 일정

○ 위탁자 미수금이 사흘만에 증가, 1조3000억원대로 다시 늘어났다. 28일 기준 위탁자 미수금은 전날보다 608억원 늘어난 1조3435억원을 기록했다. 고객 예탁금은 671억원 늘어난 11조6856억원으로 하루만에 다시 증가했다.

○ 매수차익거래잔고는 3일 연속 감소했다. 28일 기준 매수차익잔고는 전날보다 1173억원 감소한 856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도차익잔고는 319억원 늘어난 5391억원으로 사흘째 증가했다.

○ 중국 위안화 절상에도 불구하고 이번주(21~ 27일) 한국관련 펀드에 5억달러가 순유입, 12주째 자금유입이 이어졌다. 그러나 유입 규모는 5억400만 달러로 최근 2주간 10억 달러 이상 유입된 것에 비해서는 줄었다.

○ 국민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90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이날 장마감 후 밝혔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1분기 대비 67.4%, 전년 동기 대비 277.9% 늘어난 5696억원을 기록했다.

○ 8월1일 우리금융이 분기실적을 공개하며, 국내 경제지표로는 7월 소비자물가와 7월 수출입동향(잠정치)가 발표된다.

○ 미국은 29일(현지시간) 2분기 GDP(잠정치)와 7월 미시간대소비자신뢰지수(확정치), 7월 시카고구매관리자지수를 발표한다. 다음날(1일)에는 7월 ISM제조업지수와 6월 건설지출이 발표된다.

○ 일본은 1일 7월 자동차 판매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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