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무서운 정부가 경제 망친다

[시평]무서운 정부가 경제 망친다

유한수 바른경제연구회 회장
2005.08.0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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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무서운 정부가 경제 망친다

최근 한덕수 부총리가 전경련의 하계 세미나에 참석해 기업들을 비판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여간 해서는 남을 비판하지 않는 그의 성격에, 그것도 전경련의 잔치판에 와서 비판한 것이 더욱 화젯거리였다.

한 부총리의 발언 요지는 "기업들은 정부가 뭘 생각하는지 뻔히 알면서 과도한 요구를 한다. 지금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지 못한 기업책임인데 정부의 규제 탓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정부와 기업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부총리가 화를 낼 정도로 우리 기업들의 힘이 세졌는가. 아니면 청와대와 기업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부총리가 짜증이 난 것일까.

 

이런 관계가 바람직한지 알기 위해선 아무래도 외국의 사례를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정경유착의 대명사처럼 알고 있는 일본의 경우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일본의 전경련 격인 경단련은 최근 심심찮게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 또 선거 때는 기업 편을 드는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몰아주겠다는 말도 한다. 그래도 정부측에서 언짢아한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다른 선진국들은 어떤가. 몇 년 전 유럽의 강소국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 나라에서도 한국의 전경련 비슷한 단체들이 있다. 그 단체들을 방문해 알게 된 것은 주요한 정책변화가 있을 때 정부측에서 기업들에게 사전에 협조를 구한다는 사실이다. 노키아와 같이 국가경제의 거의 50%를 차지하는 기업은 금리나 규제등 정부정책을 바꿔달라고 요구할 정도의 힘이 있다. 경제정책이 효과를 내자면 결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규제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와 기업의 관계는 하청관계에서 말하는 갑과 을의 관계다. 모든 것은 갑의 의지대로 된다. 그러니 사전에 협조를 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을이 갑을 비판하면 "괘씸한 행위" 된다. 최근 삼성이 공정위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내자 당ㆍ정은 "단호히" 대응하기로 하고 공정위는 연일 삼성을 비난했다. "감히, 어디서.."라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정부와 기업간에 이견이 있을 때 협의가 최선이지만 서로 철학이 달라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사법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이때 당사자들은 각자 논리를 세워 재판에 이길 방안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지금 공정위는 최강의 법무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일개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다니.."라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와 기업관계가 특이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정경유착도 없고 교과서적인 시장경제를 가지고 있으니 기업들의 천국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선거 때 줄을 잘 못 서면 보복을 당하고 후원금을 많이 낸 기업이나 단체는 반드시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통령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미운 털이 박힌 기업이나 기업인의 뒷조사를 한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예일대의 제프리 가튼 경영대학원장이 "기업들이 너무 주눅이 들어 정부에 대해 할말을 못하고 있다"고 개탄을 하겠는가. 우리 정부는 이 정도는 아니니 다행이라고 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정경유착이 심한 시절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했다. 당시는 지금 보다 기업관련 규제가 더 많았기 때문에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부패문제의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뇌물을 주어 규제를 풀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역시 규제가 기업이익이나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야기도 된다.

 

어쨌든 기업은 사회적응이 빠른 조직이다. 한 부총리가 "정부비판만 하지 말고 블루오션으로 나갈 사업모델을 찾으라"고 말한 것은 옳다. 그러나 부총리가 그런 말을 하건 않건 기업들은 죽기살기로 그런 길을 찾고 있다. 사업모델이 그리 쉽게 찾아진다면 재벌안될 기업이 어디 있겠나.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을 엄하게 꾸짖기 보다 사업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그게 바로 기업들이 바라는 규제완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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