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 부자 몸조심하기
바둑과 고스톱에 '부자 몸조심'이란 말이 있다. 고스톱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다각도 해부해 놓은 '고스톱백과'(보성출판사 펴냄, 이호광 지음, 1만5000~1만2750원, 2003년, 516쪽)라는 책이 있는데, 여기에 보면 '부자 몸조심'을 '돈을 따고도 절대 모험을 하지 않는 안전빵을 노리는 선수를 빗댄 말'이라고 풀어놓고 있다.
시장경제의 꽃인 주식시장을 한낱 노름에 불과한 고스톱판에 비유하는 것이 주식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주식투자가 재테크의 수단이라는 것 외에는 이래저래 고스톱과 닮은 구석이 많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코스피시장이 지난 6월 말 이후 한달여만에 처음으로 이틀 연속 조정을 받자 시장 주변이 본격적인 조정이냐 아니냐로 술렁거리고 있다. 하지만 불과 한달새 200포인트씩도 왔다갔다 하는 평소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생각하면, 겨우 이틀 동안 1%도 안되는 조정(마감가 기준)을 받은 것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0여년 만에 찾아온 사상 최고점(마감가 1138, 장중가 1145) 돌파라는 대망의 기회를 모든 시장 참가자들이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틀전 불과 20포인트 내로 좁혀졌던 간격은 다시 30포인트 가까이로 늘어난 상태다.
증시의 마지막 남은 전고점인 사상 최고점을 돌파하는 것은 한국 증시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은 지평을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때문에 만의 하나 사상 최고점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증시가 500~1000 장기 박스권으로 회귀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은 사상 최고점 돌파를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상 최고점 돌파 이후 더욱 본격적인 대세 상승의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데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최근 이틀간의 조정에 대해서도 지난 3개월간 쉼없이 올라온 데 따른 자연스런 속도조절일 뿐 대세에 큰 변화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정이 있더라도 폭과 길이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틀간의 조정을 놓고 '올 것이 온 것 아니냐'를 불안 심리을 느낀다면 이는 집단적인 '부자 몸조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상승장에서 모두가 혜택을 본 것은 아닐테지만 현재 한국 증시가 처한 상황이 그 어느때보다 여유롭다는 것이다. 지수 1000포인트를 넘어선 지 오래지만 역대 1000포인트 돌파 당시와 비교할 때 증시 주변의 여건이 지금처럼 안정적인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한 환율, 금리 등 최근 눈에 띄는 대외 변수들에서도 판을 뒤집을 만한 위험 징후는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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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전문가들은 동요하지 말고 가던 길을 갈 것을 거의 한 목소리로 권유하고 있다. 단기 조정에 대비해 단기 급등주들에 대한 부분적인 차익실현은 고려하되, 대형 우량주를 보유함으로써 중장기적인 상승 흐름을 탈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노름방의 현장속어 중에는 '쌍피는 파출소 앞에서도 먹어라'라는 말도 있다. 이는 고스톱에서 점수에 가장 큰 공헌을 하는 '쌍피'는 이유불문, 작전불문하고 우선 먹고 보는 게 상책이라는 '피 우선주의'를 강조한 말이다. 때로는 신중함을 앞세우기보다는 타이밍에 몸을 맡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건강한 조정
4일 코스피시장이 이틀째 연속 하락했다. 외국인이 오랜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서는 등 차익실현 분위기가 강했지만 대규모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수급 균형을 유지하며 낙폭을 제한했다. 삼성전자 등 대형 IT주들이 약세를 보인 반면 한국전력과 POSCO 등이 강세를 유지하는 등 대형주들은 등락이 엇갈렸다. 증권, 은행 등 금융주의 조정폭이 깊었으며 전날 반짝 강세를 보였던 건설주도 조정을 받았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72포인트(0.51%) 내린 1111.39로 마감했다. 초반 치열한 매매 공방을 벌이다 낙폭을 확대했으나 후반들어 낙폭을 줄였다. 거래량은 6억6397만주, 거래대금은 3조8290억원.
외국인은 6일(거래일)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서 617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초반 매수 우위에서 돌아서 122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를 앞세워 1083억원을 순매수했다. 투신권과 보험은 '사자'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증권이 적극적으로 차익을 실현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3035억원의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차익거래는 2122억원, 비차익거래는 913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앞서 7일 동안 1조원 가까운 매물을 쏟아냈었다.
업종별로는 증권(-4.47%), 보험(-3.39%), 은행(-1.47%), 금융(-2.30%), 건설(-3.92%), 종이목재(-2.41%), 기계(-1.19%), 의료정밀(-1.46%), 유통(-1.66%) 등의 조정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전기가스(+3.75%), 운수창고(+1.33%), 철강금속(+1.20%), 화학(+0.88%) 등은 강세를 나타냈다.
코스닥시장은 기관투자자들의 지속적인 매도 공세에 밀려 520선까지 밀리며 5일째 하락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7.92포인트(1.49%) 내린 524.63포인트로 마감했다. 기관은 311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274억원을, 외국인은 141억원을 순매수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졌지만 기존의 상승 추세를 꺾을 만한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이틀 연속 조정을 받았지만 수급 균열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며 "외국인 KT와 삼성전자에 대한 집중적인 매도세를 보이며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개별적인 '컴퍼니 스토리'에 의한 것일 뿐 '빅 셀러'(대량 매도자)가 출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추세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업종간 순환매의 연결 고리가 다소 거칠어지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며 "증권, 건설 등 최근 많이 올랐던 쪽이 조정을 받고 철강 등 이미 조정을 받았던 쪽은 다시 오르는 등 순환매의 고리가 소외됐던 대형주로 옮겨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우량주 보유+급등주 차익실현
일각에서는 수일째 이어지고 있는 조정 양상이 일시적인 숨고르기인지 본격적인 조정의 시작인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보다 신중한 시각도 있다. 환율하락과 미국 정책금리의 인상 등 외부 변수들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조정폭이 깊어지는 가격 조정보다는 속도 조절의 성격인 기간 조정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경식 대신증권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과 코스닥시장의 하락이 코스피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수급면에서 프로그램 매물이 많이 해소됐고 미국 경제지표가 긍정적이어서 나스닥 지수가 4년만의 최고치 경신을 앞두고 있는 등 여건이 양호해 시장 자체가 무너질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양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이 5일 연속 하락하고 환율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데다, 최근 미국 시장이 숨고르기를 하면서 차익실현에 대한 욕구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장기 금리가 상당히 큰 폭으로 상승 분위기 속에 다음주 열리는 FOMC 회의에서 단기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며 "그러나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평가절상 등의 영향으로 달러가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등 전반적인 모양은 나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또한 "수급도 과열권은 아니다"며 "미수금이 늘어나긴 했지만 거래대금 대비 미수금은 그리 부담스런 수준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형 우량주 위주의 보유 전략을 유지하되 조정 예상되는 급등주에 대한 부분적인 차익실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양 연구원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신고가 종목 등 최근 단기간 급등한 종목들은 한번쯤 팔았다 조정 후 다시 사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역사상 고점을 넘어선 이후의 랠리는 대형주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형주에 대해선 바이앤홀드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역사상 고점 돌파 이후 매수 주체는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 매수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잇는 시가총액 상위권의 한국전력, 현대차, POSCO 등의 종목이 유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순환매라는 증시의 기본 구도는 유지되고 있다"며 "저평가된 종목을 보유하고 있으면 상승 기회가 돌아오는 식이기 때문에 그동안 많이 올랐던 종목은 피하는 대신 소외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달러 약세로 인해 수출주에서 다시 내수주로 손바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철강, 인터넷, 음식료 등 한동안 상승에서 소외됐던 내수주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체크포인트와 일정
○ 위탁자 미수금이 5일만에 감소했으며 고객 예탁금도 사흘만에 줄었다. 3일 기준 위탁자 미수금은 전날보다 310억원 줄어든 1조4488억원을 기록했다. 고객 예탁금은 전날보다 119억원 줄어든 11조8304억원을 나타냈다. 선물ㆍ옵션거래 예수금은 353억원 늘어난 4조774억원으로 8일 연속 증가했다.
○ 매수차익거래잔고가 7거래일만에 소폭 증가했다. 3일 기준 매수차익잔고는 전날보다 110억원 증가한 6528억원을 기록했다. 매도차익잔고는 403억원 증가한 6965억원을 기록했다.
○ 원/달러환율이 6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1010원선까지 낙폭을 확대했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전날보다 5.8원 떨어진 1011.6원에 거래를 마쳤다.
○ 재정경제부는 4일 공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하반기 국내 경제는 성장세가 확대되면서 잠재 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되겠지만 교역조건 악화와 양극화로 인해 체감경기 개선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서비스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6월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업과 금융·보험업 등의 고른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6% 증가했다. 지난 2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 LG카드가 대규모 반기 흑자를 기록했다. LG카드는 올 상반기 영업수익(매출액) 1조3726억원, 당기순이익 7716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큰 폭으로 떨어졌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은 장중 한때 62.5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1.03달러(1.7%) 떨어진 60.86달러로 마감했다.
○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7월 서비스 지수가 60.5로 집계됐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61.5를 소폭 밑도는 것.
○ 4일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0.8% 떨어진 1만1883.31엔로 마감했으며 대만 타이베이증시의 가권지수는 0.2% 내린 6446.01로 거래를 마쳤다.
○ 미국은 4일(현지시간) 주간 신규실업수당신청자수를 발표하며, 다음날(5일)은 7월 실업률과 비농업부문신규고용 등 고용지표와 6월 소비자신용지수를 발표한다. 유럽중앙은행(ECB)는 4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통화정책을 재점검할 예정이다.큰손 증시 유입 본격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