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X파일 드라마'의 결말
소위 `X파일' 문제로 온나라가 들썩거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 아열대 수준의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몸도 마음도 더욱 더워지면서 답답하기까지 하다. 정보기관 사법부 정치권 시민단체가 가세하여 진흙탕에 뒹굴듯 서로 공격하고 물어뜯으면서 테이프를 둘러싼 공방이 불거지고 있다.
이 가운데 사건의 단초인 테이프 공개를 지지한 청와대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과 아울러 이 테이프들이 일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 정교하고도 거대한 시나리오의 부품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운영씨가 결코 생명에 위협이 없을 정도의 자해를 시도하고 뒤이어 수사가 진행되자마자 발견된 274개의 테이프는 의혹을 증폭시킨다. 만일 그가 죽음으로써 국가기밀을 지키기 위한 마음으로 자해를 시도했다면 왜 그는 그 테이프들을 마치 가져가라는 듯이 반듯하게 자신의 집에 놓아둔 채 자해를 하였을까.
경찰 검찰이 그의 집으로 우르르 몰려들 것이 뻔한 데 말이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상황을 보며 혹시 드라마 작가는 없는가, 연출이 있다면 누구일까, 국민들은 그저 관객 역할이나 하는 것은 아닐까 긍금해지기까지 한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다. 입법부에서 제정된 법률은 행정부에 의해 집행된다. 이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나타나면 이는 사법부를 통해 교정되고 심판된다. 국민들이 때로는 불편하고 본인의 자유가 일부 침해되더라도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 법을 지킴으로써 거대한 시스템적 질서가 유지되고 그 질서 하에서 본인이 마음 놓고 일정 범위 내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법을 어기면서 국민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손해를 끼치는 자를 국가시스템이 나서서 교정하거나 사회에서 격리할 것에 대한 믿음이 숨어 있는 것이다. 한때 무정부주의가 유행했지만 역시 무정부주의는 공공의 이익에 반하면서 `자신의 욕구만을 충족하고자 하는 사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결국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X파일'로 불리는 테이프를 둘러싼 이번 논의는 이 테이프들이 불법적 행위의 결과로 태어난 산물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를 지닌다. 국가시스템의 일부인 정보기관이 잘났든 못났든 국민이 누릴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불법적 행위를 자행한 것도 통탄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다른 국가시스템의 일부인 입법부까지 스스로 불법행위를 합법화하면서 위헌의 소지마저 있는 특별법 추진을 시도한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불법행위의 결과물들을 필요에 따라 공개한다는 법이 통과되면 이제 앞으로 이것이 선례가 되어 어떠한 행위까지 합법화의 대상이 될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이 되풀이 되면서 같은 행위가 반복되는 일은 없을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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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있든 없든, 잘나가든 못나가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이 유효하다면 274개의 테이프에 자신의 육성이 담겨 있을지도 모를 많은 사람의 인권도 국가는 보호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의 인권을 선별적으로 보호한다면 이는 더이상 국가시스템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나무에 독이 있으면 과실에도 독이 있는 법이다. 테이프의 내용에 연연해 하며 공개할 듯이 미적거릴 때마다 국가시스템과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떨어진다.
아쉬운 면이 있더라도 테이프는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언젠가 터질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행위가 단호하고도 잘된 행위였다는 점이 분명해질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