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가족기업이 나아갈 길

[시평]가족기업이 나아갈 길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2005.09.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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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형제 간의 분쟁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키면서 국내 재벌들의 가족중심 경영체제가 다시금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산그룹의 지나온 역사처럼 가족중심 경영이 지닌 극단적인 양면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는 드물 것이다.

 

사실 가족중심 경영은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주식 소유가 분산되어 있고 전문경영진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에 비해 가족 중심으로 경영되는 기업들은 '우리 가족회사'라는 강한 주인의식이 책임경영으로 이어지고,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페놀사태와 곧 이은 IMF 경제위기로 인한 그룹의 존폐 위기상황을 두산그룹의 형제 경영진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극복해냈다.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이들의 학벌과 능력이 큰 역할을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선대가 세우고 일으킨 기업을 우리 대에서 망하게 할 수는 없다는 이들 가족의 절박감이 큰 작용을 했음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중심 경영이 지닌 가장 큰 단점은 주주를 포함하여 기업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두산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은 4대에 걸친 노력과 희생으로 일구어낸 기업을 스스로 붕괴시킬지도 모를 위기를 스스로 자초했을 뿐 아니라 이로인해 주주, 채권단, 직원, 협력업체를 포함하는 두산과 관련된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지극히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재벌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가족 중심 경영을 통해 성장해왔다. 창업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족구성원의 수는 증가하게 되고, 기업의 성장에 따라 외부자본이 유입되면서 가족구성원 개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기업내의 지분 감소는 필연적이며 이 과정에서 가족의 지나친 경영권에 대한 집착은 가족이 아닌 다른 주주 및 이해당사자와의 이해상충을 일으킬 수 밖에 없게 된다.

가족 구성원이 기업의 중요 요직을 차지하고 직접 경영하는 체제에서 능력있는 전문 경영인의 입지는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결국 두산의 경우처럼 경영권을 놓고 가족간의 불미스런 갈등 역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다.

 

기업의 역사가 우리보다 오랜 미국의 경우에도 S&P500에 포함된 기업 중 약 1/3은 특정 가족이 대주주로서 경영에 깊히 관여하고 있는 가족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최근 연구들은 평균적으로 이들 기업의 성과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우월함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가족기업들이 계속 성장, 발전하기 위해 선택해야 할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필자는 무엇보다도 회사가 자신들만의 소유이며 가족구성원이 직접 경영해야만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안정적인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해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성공적인 가족기업의 전통을 이어오는 포드자동차는 1947년 그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의 기업공개를 시행하여 개인기업의 틀에서 벗어난 이후 포드 가문이 대주주로서 경영진에 대한 지원과 견제·균형의 역할을 수행하고, 요즘과 같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때 현 CEO인 윌리암 포드와 같은 집안 내에서 뛰어난 인물이 직접 경영에 나서기도 하며 오늘의 포드자동차를 일구어오고 있다.

 

포드 집안과 같이 기업에 대한 가족의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성장과 번성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안정적인 기업지배구조 하에서 대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사실 창업자의 가족들이 기업을 완전히 떠나기 보다는 기업 내에서 이들이 지속적으로 대주주의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라고 있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단순한 금전적 가치 이상을 부여하고 언제나 주식을 팔고 떠날 수 있는 일반 주주들과 달리 진정한 장기 투자자인 이들 가족 대주주들은 유능한 전문 경영진을 영입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과 견제·감시의 기능을 더욱 효율적으로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기업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두산 형제간의 분쟁과 같은 불미스런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포드자동차와 같은 성숙된 가족기업들이 전통을 쌓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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