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감추지 않음의 미덕?

[기자수첩]감추지 않음의 미덕?

임동욱 기자
2005.09.14 10:50

누구나 자신에게 나쁜 소식은 감추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법인'인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12일 오후 4시50분 눈을 의심할만한 공시가 하나 떴다. 올해 매출이 당초 전망치의 3분의1수준으로 떨어지고,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빛과 전자`의 공정공시였다.

 투자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초 발표했던 올해 예상치는 매출액 432억원에 순이익 66억원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8%에 달했고, 일찌감치 일본시장을 개척,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아왔던 회사다. 올 상반기 적자를 내 불길한 징조는 감지됐지만 시장에선 이 정도까지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다.

 공시 다음날 빛과전자 주가는 개장직후 가격제한폭까지 곤두박질쳤다. 장 마감때까지 하한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651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 지난 2월 기록했던 1만5000원대에 비해 반토막 밑으로 깨졌다.

 회사 관계자는 "주가가 크게 떨어져 주주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고, 많이 혼났다"면서 "내부적으로는 지난 7~8월쯤 이같은 문제점을 감지했는데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가 발표시기를 놓쳤다"고 털어놨다. 전망치 수정은 일본 통신사업자 NTT가 장비업체를 급히 변경한데 따른 것이다. 빛과 전자와 일본 거래선들은 다른 전력통신사업자와 다각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실적전망치 수정은 의무공시사항이 아니다. 시장에선 올빼미 공시는 물론 추석연휴 등을 틈타 회사에 불리한 내용을 공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빛과전자는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중에 공정공시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장중공시가 꼭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눈여겨볼 대목이다.

 회사 관계자는 "솔직하게 투자자에게 아픈 곳을 공개하고 매를 맞겠다는 것이 회사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는 '오직 자신으로부터의 비난만을 두려워하라'는 교훈을 평생 간직했다고 한다. 양심이 마비된다면 그 때는 외부로의 비난만이 두려워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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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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