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아침마다 경제 삼창

[시평]아침마다 경제 삼창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2005.09.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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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2일 재경부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일본식 장기불황의 가능성에 대한 검토"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 보도자료의 결론은 우리나라에서 일본식 장기불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1980년대 경제적으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세계가 부러움과 두려움의 눈으로 바라보던 일본이 1990년대 왜 그토록 장기간의 불황을 겪은 것일까?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하여 학계에서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설명이 존재한다.

 

일본의 장기불황에 관한 첫 번째 설명은 재경부의 상기 보도자료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1980년대 일본에서 형성된 자산 가격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그 후유증으로 소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1990년대의 일본식 장기불황이 도래하였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보면 일본의 자산가격 거품과 그 붕괴는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1985년 일본의 연평균 니케이 주가지수는 13,170이었으나 이후 계속 상승하여 4년 뒤인 1989년에는 39,510로 세 배 상승하였다. 그리고 연평균 도시지역 토지가격지수도 1985년을 100으로 하였을 때 5년 뒤인 1990년에는 300으로 정확하게 세 배 상승하였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주가지수와 토지가격지수는 계속 하락하여 1995년에는 거의 절반이 되었다. 그리고 1995년 이후에도 자산가격의 하락은 지속되었다. 이와 같이 자산가치가 갑자기 하락하면 가계는 소비를 줄일 수 밖에 없고 대출에 대한 담보가치가 감소하므로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은 부실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불황이 필연적으로 도래하게 되었고 이것이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장기불황에 대한 두 번째 설명은 작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에드워드 프레스콧(Edward C. Prescott)교수와 일본 동경대학의 하야시 후미오(林 文夫) 교수에 의한 소위 하야시-프레스콧 가설이다.

이들은 1990년대 일본의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있었지만 기업이 투자자금을 차입하는데 애로는 없었으며 따라서 금융제도의 붕괴와 그에 따른 투자부진이 일본식 장기불황의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일본에 있어 자본과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의 생산성이 1990년대에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장기불황이 도래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일본이 1988년부터 시작하여 1993년까지 토요휴무제를 점진적으로 도입 완료함으로써 전체적인 노동시간의 감소가 있었음에 주목한다. 노동시간이 감소하면 노동과 함께 생산활동에 투입되는 자본의 생산성이 감소하게 되는데 실제로 1990년대 일본의 자본수익률로 본 자본의 생산성은 1990년 이전보다 현저하게 낮다.

이와 더불어 프레스콧과 하야시 두 교수가 명시적으로 모형화하지는 않았지만 1990년대는 일본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시기로 고령화에 의한 노동생산성의 하락이 있었다. 다시 말해 일본의 장기불황의 원인이 금융부문보다는 실물부문에 있다는 것이 일본의 장기불황에 대한 두 번째 설명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일본에 버금가는 자산가격의 거품은 없었으며 그 붕괴 또한 없었다. 따라서 상기의 재경부 보도자료처럼 자산가격 거품의 붕괴를 일본식 장기불황의 원인이라고 본다면 우리나라에 일본식 장기불황이 도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하야시-프레스콧 가설에서 보면 어떠한가? 놀랍게도 우리의 실물부문은 1990년대 초반 일본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토요휴뮤제를 도입하여 노동시간이 감소하고 있는 것과 급속한 인구의 고령화는 일본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와 더불어 우리에게는 현재 양극화와 높은 국제유가라는 두 가지의 추가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양극화의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급작스런 구조조정의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계부문과 기업부문, 제조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고급 노동과 단순 노동 사이에 존재하는 수익성과 유동성의 비대칭적 배분의 문제로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2차 대전 이후 모든 불황의 앞에는 유가의 상승이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높은 국제유가가 우리 경제에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자명하다.

 

상기의 두 가지 가설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으며 이들 두 가지 요인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였을 수도 있다. 미래의 일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에 미리 비관적일 필요는 없지만 우리 경제의 실물부문이 비상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미리 대처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면 어떤 대비를 하여야 할까? 각론에 있어서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으며 이 자리에서 논하기에는 지면이 너무 좁다. 그러나 한 가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집중력'인 것 같다. 지능이 같은 두 학생이 하나는 좋은 학교에 다른 하나는 그저 그런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다른 사정이 동일하다면 서로 다른 집중력 때문일 것이다.

우리 경제의 문제를 바르게 인식하였다면 문제를 해결하고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은 결국 집중력에 의하여 결판이 나는 것인데 작금의 우리는 그와 같은 노력에 있어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의 현실은 민주화와 자율의 완성 뒤에 역설적이게도 구호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에 광화문 네 거리에 모여 만세 삼창을 하듯 '경제! 경제! 경제!'를 삼창하고 업무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잠재성장률을 1%쯤은 증가시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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