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LG카드교훈과 개성시범관광

[CEO칼럼]LG카드교훈과 개성시범관광

한국산업은행 나종규 이사
2005.09.23 10:49

 북한은 개성시범관광 사업문제에 있어서 지난 2000년 현대와 합의한 7대 독점사업권에 대한 기존의 약속을 깨고 다른 기업을 끌어들이는 등 경제원리를 벗어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일관성 없는 단견적 태도에 어리둥절하면서 이제는 북한도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프로정신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그동안 대화상대나 상황이 바뀔 때마다 보여준 북한의 다소 생뚱맞은(?) 태도변화를 보면서 작년말 LG카드 처리과정이 되새겨지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이제는 수익성과 현금흐름의 개선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져 청산을 주장하던 일부 채권금융기관들 마저 매수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을 보니 염량세태(炎凉世態)의 만감이 교차한다. 흘러간 시간은 불과 1년여지만 격세지감은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작년 초 국내경제상황은 경제·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된 데 이어 굵직한 기업구조조정까지도 마무리되면서 바야흐로 구조조정의 결실을 기대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러나 그 기대와는 달리 우리 경제는 소비부문에서 새로운 버블이 일어나고 있었고 특히 카드사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금융시장은 또 다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LG카드 문제는 가장 심각해 새로운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다행히 산업은행을 포함한 몇몇 금융기관이 뜻을 함께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했고 1년여 만에 LG카드는 대규모 이익으로 화답하기 시작, 금년 말에는 1조3000억원 대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사실 금융계, 학계, 언론계 등 일각에서 LG카드를 청산하자는 의견과 외국계 금융기관의 저가매수의사 타진에도 불구, 이미 헐값 매각된 제일은행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정상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기다린 결실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과정에서는 상당한 난관이 있었다. 당장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LG카드 정상화 작업에서 빠지려는 일부 이해 당사자들 때문이었다. LG카드에 대한 전문기관의 실사와 시장전망 등을 종합해 볼때 LG카드는 당시의 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충분히 정상화될 수 있고 정상화된 이후에는 상당한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음에도 그들은 단기적인 손실만 피하고자 했다.

 LG카드 사태를 미래에 대한 기회보다 단기적 안목에서 무조건 회피해야 할 리스크로만 인식하고 처리했더라면 우리 경제에 끼쳤을 엄청난 손실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이제 국내 금융산업은 외국계 자본의 급격한 진입으로 소유구조나 영업형태면에서 무척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 시대에 우리 금융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개별 금융기관의 이익과 동시에 금융기관으로서 공적 기능을 함께 생각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이 필요하다.

 아직도 우리 금융계에 단기적 관점의 아마추어적 의사결정을 하는 관행이 남아있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감탄고토(甘呑苦吐)하는 자세로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될 수 없다. 당장의 입맛 보다는 먼 훗날 맛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세심한 안목과 전략을 겸비한 프로정신이 아쉽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의 대북사업문제 처리과정에 있어서 "이익보다는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고 선언한 모그룹 회장의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안목과 자세는 프로경영인의 일면을 보여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에도 진정한 프로정신이 촉촉히 스며들어 앞으로의 대북경협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