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예금금리 인상에 인색했던 은행들이 4%를 넘는 고금리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연 3% 중반대에서 맴돌던 예금금리는 4.5%를 지나 4.8%까지 올랐다. 한동한 잠잠했던 금리경쟁이 은행권에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경쟁의 양상을 보면서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금리경쟁의 불을 붙인 곳이 공교롭게도 매번 외국계 은행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한국씨티은행이 포문을 열었고 올해는 SC제일은행이 고금리 공세를 시작했다. 두 은행의 이같은 금리 마케팅은 결국 전 은행권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은행들이 오랫만에 '예쁜 짓' 하고 있는 셈이다. 대출금리 인상에는 재빠르면서 예금금리 인상에는 굼떴던 은행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외국계 은행들의 고금리 공세는 씁쓸함을 남긴다.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모두 선진 금융기관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두 은행 스스로도 앞으로 국내 고객들에게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이들이 보여준 새로움을 결국 '고금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시중은행장까지 지낸 은행권의 한 고위 인사는 "씨티은행장을 만난 자리에서 씨티은행 정도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로 경쟁을 해야지 고금리로 경쟁을 하면 안된다고 충고했더니 일시적인 고객 사은행사일 뿐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씨티은행은 연중 내내 특판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벤트의 연속이다.
금리(가격)도 물론 중요한 경쟁력의 한 요소이다. 문제는 가격파괴 마케팅이 경쟁자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 금리담당자는 "고금리 상품을 판매할 경우 그 상품의 만기가 돌아왔을 때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다시 타행보다 높은 금리를 줘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