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배당 펀드 '돌풍' 13년간 150배 성장

高배당 펀드 '돌풍' 13년간 150배 성장

이경숙 기자
2005.09.27 08:04

[머투초대석]곽태선 세이(SEI)에셋코리아자산운용 사장

서울 을지로 삼성화재 본관 7층,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칸막이 하나 없이 탁 트인 사무실이 눈에 들어온다. 책상 사이 널찍한 공간으로 회전의자들이 도르륵, 도르륵 굴러다닌다.

"이사님, 지난주 00증권 판매 동향을 보니까요..."

"양 팀장, 저번에 돌려보던 캐피탈 그룹 책 말이야."

사무실에 벽이 없으니 대화에도 벽이 없다. 몸만 돌리면 바로 회의 공간이 되는 이곳은 세이(SEI)에셋코리아자산운용, 13년 간 전체 수탁액 150배 성장의 신화가 탄생한 곳이다.

1991년 에셋코리아만 해도 200억여원에 지나지 않던 수탁액은 9월 22일 기준 1조8500여원, 일임 포함 3조원으로 급증했다. 미래에셋계열과 합병 운용사를 제외하고는 업계 최고 속도의 성장세였다.

돌풍의 근원지는 세이에셋고배당주식, 고배당밸런스드60주식혼합, 고배당혼합 등 고배당펀드 시리즈. 9월 초 판매가 재개된 이 시리즈로만 22일까지 1400억여원의 자금이 밀려들어왔다.

세이에셋이 일으킨 돌풍은 업계 판도까지 바꿨다. 배당주 펀드는 물론 스타일 펀드 투자문화를 싹틔운 것이다.

곽태선(47) 세이에셋코리아 사장이 보기엔 지금도 한국 기업은 배당 유망주다. 한국 업종대표주들은 현재 배당보다는 미래 배당 가능성이 더 높다.

하버드대, 월가 로펌, 베어링스증권 한국지점 등 국내외 시장을 두루 거친 그의 눈에 비친 한국 시장 전망은 어떨까. 또 배당주펀드에 이어 그와 세이에셋이 준비하고 있는 '비밀병기'는 뭘까.

23일 오후 2시, 벽이 없는 사장실에서 "이기지 못할 싸움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배당주 펀드의 원조'를 만났다. 배당주펀드 원조의 투자사전에, 시황은 없었다.

-세이에셋고배당펀드 시리즈는 배당주펀드 시장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뚫었다. 애초에 확신 있었나?

▶벤자민 그레이엄의 말 중에 "주식의 배당수익률이 트리플A 회사채 수익률의 3분의 2만 나오면 그 주식을 사라"는 얘기가 있다. 2001년 우리가 고배당펀드를 출시할 당시, 도시가스업종 배당 수익률이 7~8% 수준이었다. 회사채 수익률보다도 높았다. 당시 한국 기업의 ROE가 좋아지고 배당압력이 높아지고 있었다. 환경적으로 배당수익은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에서도 보수적이면서 꾸준히 배당을 주는 펀드가 운용 수익이 좋았다는 전례가 있었다.

-당시에도 다른 배당주펀드는 있었는데, 별 눈길을 끌지 못했다.

▶그 당시의 배당주펀드는 배당수익이 나면 그것만 받고 팔았다. 일종의 아비트리지(차익거래) 개념이었다. 우리는 주가가 많이 올라 기대 배당수익률이 4%대로 떨어지지 않는 한 장기 투자했다. 그런데 최근 배당주의 주가가 크게 뛰면서 누적적으로 시세차익 까지 크게 났다. 우리 펀드는 배당 자체에만 목적을 둔 당시의 배당주 펀드와는 달리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당주에 대한 완전 투자(Full Investment)를 지향하는 최초의 펀드였다

-획기적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 시장을 처음 볼 수 있었던 것은 주식 매니저를 CIO(최고투자담당자)로 내세웠던 덕분인 것 같다. 운용역은 담당이 채권이면 채권, 주식이면 주식 등 자기분야에 전문성이 강하기 때문에 보통은 양 쪽 분야에 따로 CIO를 쓴다. 그런데 우리는 2001년에 주식쪽 매니저를 CIO로 세워 채권까지 함께 담당하기로 했다. 그것을 계기로 우리는 채권과 주식을 비교하는 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의 배당주에 대한 접근법이 지수 1000 시대에도 유효한가?

▶배당수익률이 높은 그룹이 2001년과 달라졌다. 예전엔 가스, 담배인삼공사 같은 기업이었는데 이젠 KT, SKT, 신한지주 등 큰 기업의 배당률이 높다. 최근 배당주는 배당도 중요하지만 이익이 늘어나 배당이 늘어날 수 있는 기업이 중요하다. 그런 기업들이 지금도 꽤 있다. 아직은 지수 때문에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받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한다.

-자산운용 수익을 안정적으로 높이는 방법은?

▶장기 투자함으로써 원금 보전하기 위해선 누군가 보험을 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지수연계증권(ELS)에 계속 투자하면 엄청난 수수료를 내야 한다. 투자기간이 10년이면 100만원 중 65만원 가지고 해도 원금보존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짤 수 있다.

-배당주를 이용한 전략은 어떤가?

▶배당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는 일반 주식보다 베타(가격 변동성)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원금 손실 위험이 적어지므로서 배당주를 포함한 주식투자를 늘릴 수 있다. 우린 '시황이 좋아 보이니까' 이런 식으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 자산 중 주식 배분, 주식 클래스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접근한다.

-아무리 시황을 보지 않는다지만 지금 시황관이 궁금하다.

▶코스피지수가 1200에 육박하는데 보유자산을 다 주식으로 가져간다면 1200 이상 무조건 간다고 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노후자금으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땐 지수가 1200이든, 뭐든 상관 없다. 적립 기간과 노후에 돈 빼서 쓰는 기간까지 생각하면 40여년이 된다. 그럴 땐 채권 이자수익, 주식의 배당수익이 더 중요하다. 투자기간이 장기일수록 주식도 채권처럼 생각해야 한다. 1~2년 단기 투자하지 않는 한 시황은 중요하지 않다.

-7년 뒤엔 주가가 2600대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호황기여서 주가가 많이 올라갈 땐 미국처럼 밸류에이션이 증가할 경우다. 그럴 땐 캐피탈게인(시세차익)이 수익이다. 그러나 이 경우 외에는 배당 수입이 주식투자 수익의 60~70%를 차지한다. 채권을 살 때 기본적으로 쿠폰 금리를 보고 들어가는 것처럼 주식도 배당을 기본적으로 보면서 가야 한다.

- 최근 금리 상승으로 채권 보유 투자자들은 고민이 크다. 채권 투자 전망은?

▶아무래도 경제가 어느 정도 바닥 근처에 와 있으니까 전체적으로 단기 금리도 올라가는 추세가 될 것 같다. 지금은 정말 매도 전쟁이다.

-새로운 블루오션은?

▶준비하는 것은 많이 있다. 우선 퇴직연금 등 장기 상품은 장기적으로 운용하고 운용 수수료가 낮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 인덱스 상품 출시를 구상하고 있다. 코스피, 코디가 아닌 우리 고유의 인덱스를 고려 중이다. 또 하나는 해외 투자 상품이다. 한국이 세계 경제의 1.5%, 주식시장 규모도 1.5%를 차지한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총 재산을 한국 것으로만 가질 필요 없다고 본다. MSCI 등 해외 ETF(상장지수펀드)를 이용해 지금처럼 인도, 미국 등 낱개 펀드를 사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장을 사는 쪽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원금 보존형 상품들도 개발하고 있다.

-채권쪽은? 정크본드 중엔 블루오션이 없을까?

▶우리 채권팀 5명 중 2명이 신용분석 전문가다. 기업신용을 철저히 심사해 우수한 회사채를 발굴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자 전략이다. 그러나 정크본드 시장은 아직은 안 보인다. 주식시장은 그래도 개방됐기 때문에 중소형주라고 해도 거래량, 가격이 나온다. 하지만 채권은 아직 국고채 외 다른 시장은 형성이 되지 않았다.

-퇴직연금이 연말부터 도입된다. 시장 변화가 예상되는데.

▶퇴직연금이라고 해서 특별한 마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노후 생활을 위해 운영하는 상품인데 노후가 길어지니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이것이 도입되면 채권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장기채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도 도움 되겠지만 한참 뒤에나 가능할 것이다.

-세간에선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2008년까지 증시에 연 1조원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하던데, 전망은?

▶IT, 다국적 기업 같은 곳들은 확정기여형으로 갈 수도 있다고 해도 확정기여형의 주식편입비율은 40%로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증시에 1조원 정도로 돈이 들어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 퇴직연금 시장 성장이 느릴 것이라고 보는가?

▶일단 전망은 보수적이다. 세제 혜택이 많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내 퇴직보험 등 보험사들이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금리를 주고 있고 2010년까지 유예기간도 있다. 퇴직금에서 퇴직연금으로 매년 10%씩 전환해도 2010년까지 100% 전환되지 않을 것이다.

- 자산운용사들은 펀드 스타일인 확정기여형(DC)형에 기대가 높은 것으로 안다. 전략은?

▶기업 노조, 자금운용 담당자는 확정급여(DB)형을 선호한다. 주식시장이 기대 수익률은 높으나 변동폭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는 퇴직연금 중 90%가 채권형, 10%가 주식형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즉, 원금 보존형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본다.

- 해외자산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국내 운용사들은 외환위기, 대우채, SK채, 카드채 등 눈 앞에 현실과 싸우느라 국내 시장을 미리 분석하고 대처할 시간이 없었다. 외국 자산운용사들이 한국에 들어오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는 한국 인구 프로필과 노후생활 대비 상황 즉 퇴직연금의 시작을 본 것이다. 외국사들은 장기전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너무 단기적으로 눈 앞만 보고 가고 있다.

-큰 시장인데, 처음에 뺏기면 다시 찾아오기 어렵지 않을까?

▶많이 뺏기지는 않을 것이다. 퇴직연금은 보험사, 은행이 처음으로 열게 될 것이다. 자회사인 자산운용사들도 있는데, 이들이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를 자사 상품의 운용사 중 하나로 넣어줄 지는 몰라도 전체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사모투자펀드(PEF) 시장은 어찌 생각하나?

▶좋은 추세다. 그러나 아직 우리 회사가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PEF 매니저는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와 달리, 투자자과 함께 도와줄 수 있는 게 뭔가를 먼저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괜찮은 기업은 PEF를 고를 수 있다. PEF는 기업가에 좀 더 가까우며 투자기업에 대해 반 정도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 칼라힐 등 해외사와 경쟁을 하려면 파워풀한 인력이 필요하다. 칼 뽑으면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는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한다.

-세이에셋의 장기 비전은?

▶장기자산운용의 최고사가 되고 싶다. 질뿐 아니라 양으로도. 최고가 되는 길은 역시 사람에 있다. 운용사는 '피플 플러스 프로세스'라는 말이 있다. 프로세스가 확립되면 CEO에 의존하지 않고 조직이 돌아간다. 또 조직원 한 명 한명이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차기 최고책임자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우리 회사에선 20년 뒤 누구, 혹은 누구가 CEO가 될 것 같다는 게 보일 필요가 있다. 우리 회사 직원 중 30~50%가 다른 운용사의 CEO감이길 원한다. 궁극적으로는 회사 대표가 누군지 중요하지 않은 조직이 되길 원한다.

-액션플랜은?

▶1991년 수탁액 200억원으로 시작해 3조원까지 왔다. 150배가 늘었다. 13년 뒤 150배 증가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대형운용사가 되었을 때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용하느냐를 고민한다. 파트너십처럼 엘리트들이 모여 자기 아이디어를 충분히 발휘하다보면 새로운 운용 스킴이 나올 것 같다.

-증권사나 타 자산운용사 인수는?

▶ 타사를 인수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우리 인력이 32명이다. 아직은 다른 회사까지 인수해 잘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앞으로 펀드 수퍼마켓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고, 또 판매사들도 계열사 말고 여러 운용사 상품을 판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인수 외에도 제휴 등 오픈해서 생각하고 있다.

-2001년 이래 지속적인 흑자기조이며, 올해는 창사이래 최대의 실적이 예상된다. 성공했다고 보는가?

▶실적 최대 기업보다는 장수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CEO가 아니라 문화가 유지되는 기업, 50년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고객은 물론 업계 사람들이 존경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그건 순익으로만은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깨끗하게, 원칙을 지켜가면서 합리적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라야 한다.

-주식 차익에 세금을 매기자고 주장한 적 있다. 운용사 대표로서 쉬운 제안은 아니다.

▶제도는 심플한 것이 좋다. 지금 주식, 채권, 펀드 세제는 운용사에 근무하는 사람도 대답하기 어렵게 복잡하다. 양도소득세를 매기려면 모든 자산소득에 똑같이 매기고, 10년 이상 주식 보유 등 예외만 정해 면제해주는 것이 간단하다. 주식시장 투자전망이 좋다면 세금을 내고 라도 들어올 것이다. 혜택이 있더라도 퇴직연금 등 전체 장기 투자자한테 돌아가는 것이 좋다. 조세, 법 철학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대담=홍찬선 증권부장 hcs@

정리=이경숙 기자 kslee@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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