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경영권 방어 장치

[시평]경영권 방어 장치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2005.10.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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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증시에서 외국인의 주식보유 비중이 40%를 상회하고 특히 국내 기간 산업에 속한 많은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음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한 적대적 M&A 가능성이 심각하게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소버린의 SK (주)에 대한 경영권 위협 이후 이러한 주장은 더욱 현실성을 가지고 대두되고 있다.

최근 상법 개정 과정에서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독소조항 (Poison pills) 등 경영권 방어장치의 도입 허용이나 삼성과 관련된 논란의 핵심인 금산법 개정의 방향과 공정거래법 상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규정이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삼성 측이 제기한 헌법소원 모두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한 적대적 M&A의 가능성이 그 근저에 있다 하겠다.

 

외국인 투자자에 의한 국내 기업의 적대적 M&A 가능성과 이에 대한 대비책에 대한 논의에 있어 소버린과 SK(주)의 경영권 분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경영권 위협을 촉발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주가의 저평가이며 이는 경영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에서 기인함을 SK(주)의 경우는 매우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버린이 약 1,800억원이라는 비교적 적은 자금으로 SK(주)의 지분 14.99%를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SK 글로벌 사태로 최태원회장이 구속되면서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이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SK(주)의 시장가치가 1조 2000억원에 머물렀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SK(주) 역시 재벌기업의 일반적인 현상인 출자회사할인, 즉 SK(주)의 시장가치가 보유하고 있던 SK텔레콤 등 그룹 계열사 지분의 시장가치 합에 현저히 미달하는 현상이 심각하여 투자자들은 SK(주) 보유 그룹 계열사 지분의 매각을 통한 특별배당만으로도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였다.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의 가능성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인식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하나의 동질적인 그룹으로 보는데 있다. 헤지펀드와 같이 단기 투자이익을 노리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기금, 뮤추얼펀드와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자들로서 이들의 투자지침은 투자대상 기업에 대한 경영권 분쟁에 간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소버린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의 과반수 이상이 SK(주)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 간의 이해가 지극히 상이하며,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한 국내기업의 경영권 장악이 얼마나 실현되기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최근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M&A 가능성 역시 SK(주)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실현성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80조원을 상회하여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여 경영권을 장악하는데 40조원 이상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경쟁사라 할수 있는 소니와 모토롤라의 시가총액이 40조원임을 고려할 때 이러한 자금을 단기간에 동원할 수 있는 외국 기업이나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일 것이다.

혹자들은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이 50%를 상회하므로 이들이 힘을 합치면 경영권 탈취는 어렵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SK(주)의 경우에서와 같이 이해관계가 상이한 다수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 역시 현실성이 없다 하겠다.

 

그렇다면 가장 확실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무엇일까? 원론적인 얘기지만 돈 아니면 신망일 것이다. SK(주)의 경우에서 잘 나타났듯이 낮은 기업가치와 경영진에 대한 불신, 그리고 지배주주의 낮은 지분율이 경영권 위협을 촉발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결국 지배주주가 자신의 자금으로 다른 주주들이 경영권을 넘볼 수 없는 지분을 확보하던가, 아니면 주주들과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경영진 교체 위협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도 이외에는 다른 묘안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허용, 외국인 투자의 제한 등을 정부에 요구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쓰기보다는 올바른 경영만이 최선의 경영권 방어라는 평범한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바람직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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