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금강산 호텔 앞 주차장.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전용차량인 다이너스티가 주차해 있었다.
이날 밤 9시30분 금강산 관광 7주년 축하연이 끝난 이후 리 부위원장은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면담을 가졌다. 같은 시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자신의 숙소에서 여독을 풀고 있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 회장이 북측으로부터 협상 상대로서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오갔다. 현 회장이 18일 오후 입북한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표정이 없어지면서 이같은 추측이 점차 사실화 되고 있음을 감지했다.
정동영 장관은 다음날 오후 리종혁 부위원장과 면담 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의미심장한 내용을 공개했다. 기업의 인사권 행사를 인정해야 남쪽 기업들도 안심하고 북에 투자할 수 있을 거라는 지적을 리 부위원장에게 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금강산의 문을 개방한 지난 7년간 북한은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입북의 최종 관문인 북측 CIQ(남북 출입사무소)에서는 한 북한 군인이 관광객에 대한 행정 업무에 앞서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그러나 정 장관이 지적했듯 남북경협에 있어 남북간 기업, 인사 체계를 북이 자신의 논리로 관철시키려 하고 있어 체제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는 남쪽 기업들이 선뜻 대북 사업에 나설 수 없게 하는 리스크다.
윤만준 사장의 입북 불허로 냉가슴을 앓고 있는 현대를 보며 어느 누가 인사권을 북에 맡긴 채 대북 사업에 참여할 것인가.
정부와 현대의 인도주의적 대북 정책과 사업에 북한도 수긍할 수 있는 차원의 화답이 절실하다. 이것이 파트너십의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