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전 기차역 대합실에서 친구들 몇 명과 기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한 친구가 슬그머니 사라지더니 20여 분 쯤 뒤에 다시 나타났다. 어디 갔다왔냐고 물으니 헌혈하고 왔단다.
그 친구의 얼굴이 '지나치게' 아무렇지도 않아 왁자하고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었다. 헌혈은 이렇게 이미 우리 생활이 돼 있다.
하지만 난자 기증은 헌혈과 전혀 다르다. 난자가 ‘생명체’의 씨앗이기도 하거니와, 난자를 기증하는 과정이 헌혈처럼 그리 간단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난자를 기증하려면 적어도 15일 동안 수시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8~10 일간 매일 과배란 유도제 주사를 맞아야 하고 그 후 난자 채취 시에는 가벼운 마취를 해야 한다. 난자 기증에는 이런 불편함과 희생이 따른다.
게다가 지금은 난자 기증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정보가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잠재적 난자기증자’들은 난자 기증 이후 부작용에 시달리게 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난자를 뽑아낼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실 난자기증의 위험성 여부는 윤리적 논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윤리논란에 파묻혀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백 여 명의 여성이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난자를 기증하겠다고 나서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난자 기증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여러 가지 불편함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무릅쓴 이들의 행동은 숭고하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단순하게 국익과 연계시켜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또 한 켠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국익’의 논리를 들이대기 전에 난자 제공문제를 포함한 윤리논란 뿐 아니라 난자 기증에 따르는 위험성은 없는지 보다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