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2의 신정환' 시간문제

[기자수첩]'제2의 신정환' 시간문제

이정선 기자
2005.11.29 09:20

“솔직히 죄가 무슨 죄가 있어, 죄를 저지르는 X같은 XX들이 문제지.” 영화 ‘넘버3’에 나오는 대사다.

얼마 전 가수 신정환이 강남 카지노바에서 도박을 하다 적발됐다. 공인으로서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그릇된 처신을 보니 씁쓸하기만 하다.

그런데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사례가 좀 더 일찍, 그리고 많이 회자되지 않는 게 신통할 정도다. 이른바 ‘바다이야기’, ‘스크린경마’ 등 우후죽순처럼 증가하는 사행성 오락의 부작용이 도를 넘고 있어서다.

기자가 살고 있는 수도권 OO시는 최근 2~3개월 동안 수 십 개의 성인오락실이 들어섰다. 자고나면 하나씩 생겨나는 판이다. "석 달 동안 2000만원을 까먹었다"는 한 동네주민의 하소연은 충격적이다.

더욱 기가 막힌 대목은 사행심리에 불을 지핀 성인오락실용 상품권판매를 다름 아닌 문화관광부가 합법화해줬다는 사실이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할까. 이 조치 이후 성인오락실 증가속도는 한층 빨라지는 추세다. 불황에 시름하던 상가점포들은 때 아닌 성수기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만3664개소의 성인오락실이 성업 중이다. 최소한 개혁을 부르짖는다는 참여정부에서만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아이러니컬한 현상이다.

성인오락실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고급화를 표방하며 등장한 것이 카지노바다. 불법이냐 합법이냐의 차이일 뿐, 본질적인 면에서는 '도낀개낀'이다. 성인오락실 규제법안을 추진 중인 문화관광위 노웅래 의원은 “사행심을 조장하는 성인오락실이 확산되지 않았다면 카지노바는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평소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는 공인조차 도박장에서 잡힌 현실은, 이미 우리 사회가 사행산업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제2의 신정환이 나타나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이런데도 죄를 저지르는 사람만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도박천국 대한민국의 24시는 너무나도 살벌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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