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한지 한달정도 지난 시점이던 지난 4월7일.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한덕수 경제부총리에 대해 덕담을 건낸 적이 있습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동결한 후 가진 기자들과의 오찬자리에서였습니다.
박 총재는 한 부총리와 호흡이 맞느냐는 질문에 "한 부총리가 잘 하실 것"이라며 "권위적이지 않고 합리와 설득으로 이끌어가는 분으로 지금은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박 총재의 발언을 전한 기사들에는 대부분 '이례적' 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그전까지 걸핏하면 마찰음을 내던 재경부와 한은간의 긴장관계를 의식한 표현이었습니다.
그리고 8개월 후인 12월15일 한은 출입기자단 송년회. 박승 총재가 다시 한번 한 부총리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가까이 자리한 기자들과의 환담에서 최근 두번에 걸친 콜금리 인상과 관련한 언급을 하면서였습니다.
박 총재는 먼저 "그것(통화정책)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며 두번의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음을 암시했습니다. 그리곤 "두번의 금리 인상으로 한은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80% 정도는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어 "다만 한 부총리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부총리는 원하지 않았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박 총재의 이날 발언은 한은을 출입하면서 콜금리 결정과정을 계속 지켜봐왔던 기자에게 많은 생각이 스치게 했습니다. 그동안 한은 금통위의 콜금리 결정 과정에 재경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크게 작용한다는 지적들이 많았고, 실제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달이면 어김없이 재경부 고위관료들의 금리 관련 발언들이 쏟아지곤 했습니다. 이번에 통화정책의 큰 방향을 바꾸고 두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과정에 박 총재와 금통위원들의 고심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의 결정과 관련해 또한명 주목받아야할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한 부총리입니다. 한 부총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금리 인상에 대한 반대가 더 노골적이고 강력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콜금리 인상 과정에서 재경부의 반대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강도는 훨씬 약했던 것 같습니다. 12월 인상 때는 특히 그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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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의 금리 인상 결정이 적절한 것일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은 금통위가 하고 책임도 금통위가 지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협력이 아주 잘되고 있다'는 지난 4월 박 총재의 덕담을 떠올려봅니다. 두번의 콜금리 인상으로 한은 금통위의 권위가 높아졌다면 그 주연은 당연히 박승 총재이겠지만 그에 못지 않은 조연은 한 부총리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