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태의연한 세계 최초 시비

[기자수첩] 구태의연한 세계 최초 시비

백진엽 기자
2006.01.05 12:35

지난 2003년 메가픽셀 카메라폰을 필두로 연속동작 인식폰, DMB폰 등으로 이어지다가 한동안 잠잠했던 휴대폰 업계의 '최초' 논 란이 연초부터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일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WCDMA 기반의 DVB-H폰과 EV-DO 기반의 미디어플로폰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삼성전자가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언론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IFA 전시회에서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WCDMA 기반의 DVB-H폰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는 것. 다만 당시 국가적으로 지상파DMB를 홍보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성과를 알리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DVB-H 공식홈페이지(www.dvb-h.org)에 삼성전자의 WCDMA DVB-H폰은 실려있지 않다"며 "만약 시연에 성공했다면 여기에 등록돼 있지 않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미디어플로폰을 두고도 삼성전자측은 "어차피 미국 CES 전시회에서 퀄컴과 삼성, LG가 함께 시연하기로 한 것"이라며 "세계 최초 개발이 아니라 세계 최초 홍보"라고 비난했다.

세계 최초로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업체 입장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벌이고 있는 '최초' 논란은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서로 '발목'을 잡으려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어느 한 쪽이 '최초'로 개발했다고 하면 "사실 개발은 우리가 먼저 했다"는 식의 이른바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

이러다 보니 소비자들의 혼란은 물론, 양측 발표에 대한 신뢰도까지 떨어지고 있다. 아침에는 최초인 줄 알았는데 오후에는 아닐 수도 있다는 논란이 잦으면 누구의 말도 믿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누가 한두달 먼저 제품을 개발했는지보다 누구의 제품이 보다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소모적인 최초 시비에 낭비할 기운이 있다면 그 힘을 소비자의 만족을 높이는 제품 개발에 쏟는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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