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미국 생산성의 비밀

[기고]미국 생산성의 비밀

하나금융지주 김병호상무
2006.01.09 12:35

 "과연 미국의 생산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필자가 지난 2년여 동안 하나은행 뉴욕지점에 근무하면서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한 궁금증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1인당 부가가치로 나타나는 생산성 지표를 비교해 보면 미국의 생산성은 한국의 3배에 달한다. 그런데 필자가 미국에서 피부로 느낀 체감생산성은 전혀 다르다는 데 의문은 시작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집에 케이블 TV를 설치하는데 1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면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마는 미국에서는 2주일이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분위기다.

은행 지점을 이전하는데 사무실 내부 공사에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보통 규모의 지점이라면 1~2주면 공사가 말끔히 끝나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우리의 분위기에서는 웬만한 인내로는 견디기 힘든 상황임에 틀림이 없다. 운전면허 갱신에 거의 반나절 이상을 소비해야 할 뿐 아니라 직원들의 불친절에 불쾌감이 말할 수 없다.

은행 지점의 창구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의 질이나 속도도 마찬가지다. 우리 나라 은행 지점 창구에서 그와 같은 서비스가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그 창구직원은 눈물이 쏙 빠질 정도의 핀잔-다행히도 입에 담지 못할 욕이 아니라면-을 고객에게 들었을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미국의 생산성이 한국의 3배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미국사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그 이유를 깨닫기 시작하였다. 그 해답은 바로 `시스템'에 있었던 것이다.

 의사결정자의 주관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의 업무가 시스템화되어 행여 발생할 수 있는 판단의 오류를 최소화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해진 시스템 속에서 촘촘히 짜여진 매뉴얼에 따라 진행되는 업무는 비록 그 수행 과정이 길고 귀찮다 하더라도, 또 그리하여 당장 상대방에게 다소의 불편함을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후유증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일의 처리가 아무리 빠르고 친철하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우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그 접근방법이 다름으로 인하여 앞으로 오류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오류의 수정비용이 빠른 업무처리 속도로 얻었다고 착각했던 생산성을 초과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는 개인의 역량이나 숙련도에 따라 성과나 효율성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우리 나라 국민들의 평균 근로시간이 미국보다 주당 7시간이 많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매일 밤 늦게까지 지친 몸으로 일하면서도 생산성은 낮다면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화 작업이 사회 전반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개인적인 삶의 질도 따라서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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