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양날의 칼 미수금

[기자수첩]양날의 칼 미수금

이석민 기자
2006.01.26 10:07

"분명히 반등할 줄 알고 미수를 질렀는데...깡통 계좌가 돼버렸어요" " 미수금이 이토록 무서운 것인줄 몰랐습니다" 이번 폭락장에서 반등을 노리고 미수로 주식매수에 나섰다가 만회하기 힘든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한숨이 전국 지점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반등할 것이란 기대는 보기좋게 빗나갔고 주가가 연이어 폭락하면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투매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것.

 

회사원 A씨(40)는 엄청난 손실로 인한 충격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19일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매수 타이밍이라고 확신하고 미수금을 쏟아부었으나 23일 주가 폭락으로 투자 원금의 절반 가량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23일 주가 대폭락은 증시 안팎의 온갖 악재들이 불거진 측면도 있지만 연일 최대 규모로 누적된 위탁자 미수금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위탁자 미수금이 3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수금은 자금이 부족한 투자자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내 돈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주식 매매로 차익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매매 활성화와 고객의 투자 욕구 충족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매매비중을 늘려 수익증대를 꾀하려는 증권사의 계산과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많다.

일부 증권사들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실례로 최근 대형사 중 한 곳은 미수금제도 개선이란 명목아래 외상매입을 투자 원금의 최대 7배이상으로 확대해 투기를 부추긴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남의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 더욱이 개인의 손실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장의 충격을 배가시키는 '시한폭탄'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업계도 개선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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