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보경 프런티어M&A 회장

세상에서 제일 좋은 구경이 불 난 것을 구경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영권 분쟁을 관전하는 것도 상당한 흥미를 유발한다. 한국의 담배산업을 독점하고 있는 KT&G의 경영권 분쟁은 갈수록 흥미를 더해준다. 불을 끄는 당사자들은 매우 힘들겠지만 구경하는 사람의 입장은 흥미를 유발하니 세상사가 참으로 요상하다.
경영권 분쟁을 보다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관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불이 일어난 것이 방화냐 아니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것이냐를 판단해 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영권 분쟁이 의도적으로 발생한 것이냐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것이냐에 따라 법적인 문제가 다르게 적용된다.
둘째로, 경영권 분쟁 당사자의 공격능력과 방어능력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즉,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공격능력과 경영진의 방어능력을 비교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예측해 보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칼 아이칸의 공격능력이 돋보인다. 칼 아이칸은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공격전술을 가지고 있지만, KT&G의 경영자들의 방어전술은 단조롭고 안이하다. 이제 경영자를 선정할 때 경영능력 뿐만 아니라 경영권 방어능력도 검증해야 할 때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칼 아이칸의 공격이 시작되자 방어자는 의결권을 위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한 준비가 전혀되어 있지 않았다.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해서는 소수주주들의 성분과 가치를 분석하지도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덤벼들었다. 이에 대한 대응방법으로 칼 아이칸이 꺼낸 카드는 공개매수에 대한 통보이다. 약10,000원 정도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을 제시했으니, 이제 KT&G 경영진들이 의결권을 위임받기가 곤란을 겪게 되었다.
칼 아이칸은 의결권을 위임받는 전략에서 방어자보다 열세에 놓이게 되자 의결권의 가치를 높여 방어자를 난관에 빠트리기 위해서 공개매수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KT&G 경영진들은 위임장을 받기 위해서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칼 아이칸의 전략은 이와 같이 상대방의 수를 읽고 대응하는 전략을 사용하는데 반해, KT&G 경영진들의 전략은 아마추어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으니 향후 전개되는 국면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 진다. 마치 흥미로운 전쟁소설을 현실에서 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셋째로, 이해관계자들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본래 전쟁은 당사자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감독기관, 언론, 대상기업의 주주들, 시장의 반응 등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칼 아이칸의 위력이 발휘되어 주식가격이 공개매수가격 정도로 상승할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반응에 대해 KT&G 경영진들은 어떤 방법으로 대응할 지가 궁금하다. 이 대응방법을 보면 KT&G 경영진들의 방어능력 수준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KT&G 경영진들은 두 가지 방면에서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들에 대한 문제 그리고 그 이후에 시장에서 형성된 주주들에 대한 문제이다. 과연 KT&G 경영진들은 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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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감독기관의 자세이다. 감독기관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방화로 추정되는데, 과연 범인을 잡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관전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공격자측에서는 몇 가지의 법적인 하자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감독기관에서는 이러한 법적하자를 발견하여 공정한 룰에 의한 게임질서를 확립할 수 있을까?
대상기업의 주주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적대적 M&A나 경영권 분쟁에 대한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정서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느냐를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우리나라에 적대적 M&A가 얼마나 발생하고 어떤 형태를 띄게 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언론의 보도에 대한 것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들은 현상을 단순하게 전달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언론에서 분석하는 것도 일반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언제 본격적으로 전략이 제시될 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이제 흥미진진해지는 KT&G의 경영권 분쟁을 관전하면서 향후 우리나라에서 형성될 적대적 M&A시장에 대한 전략을 준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