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보경 프론티어M&A 회장
경영권 분쟁 해결을 주된 업무로 하는 회사의 대표가 이해관계도 없는 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동료들에 대해서도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시장의 룰이 공정하지 않게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해야겠다.
“M&A와 월가의 정글게임”에서도 누누이 밝힌바 있지만 한국기업들은 적대적 M&A에 대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특히, 실전게임에 대한 경험이 많은 외국계 기업사냥꾼들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예측을 하였다.
한국의 대표기업인 SK와 삼성전자가 외국계 기업사냥꾼들에게 농락을 당하더니 이제는 KT&G가 표적이 되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고 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외국계 기업사냥꾼들의 표적이 되어 경영권 분쟁을 겪게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금융감독기관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신문기사에 의하면 정부는 경영권 분쟁에 대해 불개입 의사를 재차 천명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KT&G는 민영화된 기업이기 때문에 외국자본과의 경영권 싸움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명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감독원 또한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KT&G의 경영진에게 공개매수에 대한 의사와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 "편지 내용만으로는 공개매수에 대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법적 효력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고 관망의사를 밝혔다.
경영권 분쟁은 주식가격에 대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시장교란행위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감독기관들이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으로 일관하면 외국의 기업사냥꾼들은 엄청난 주가차익을 남겨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자기네 나라도 돌아가면 그만이다.
재경부나 금융감독기관이 특정기업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 간섭하라는 것이 아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격자와 방어자들의 행위가 일반투자가들을 현혹하거나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방지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방지하는 것은 금융감독기관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의무이다. 이러한 일을 수행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감독기관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독자들의 PICK!
특정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하게 되면 누구나 공시의무를 지켜야 한다. 증권거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5%룰이나 10%룰은 이러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을 만든 이유는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주식시장에서 일반투자가들 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5%룰이나 10%룰에 의해서 공시를 하게 하는 이유는 단순하게 실체만 밝히라는 것이 아니고, 대주주와 같이 공정한 룰에 의해서 경영권에 대한 승부를 하라는 취지이다. 이러한 이유로 법을 만들었다면 법의 운용도 이러한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증권거래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공시의무에 대해서만 도입을 했고, 시장교란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는 도입하지 못했다. 다른 나라의 경제법규를 모방하는 경우 범할 수 있는 문제점이 우리나라에서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외국의 기업사냥꾼들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이미 알고 있고, 법규의 한계점을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을 가지고 있다. 즉, 한국의 경제관료와 감독기관의 능력이 기는 수준이라면 외국계 기업사냥꾼들의 능력은 날아 다닌다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에 대한 간섭과 시장교란행위를 방지하는 것은 동일한 사건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지만 그 성격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경제관료나 감독기관의 무능함이 외국계 기업사냥꾼들이 국내시장에서 날뛰는 이유라면 그 책임을 어떻게 면할 수 있겠는가?
한국시장에 맞는 룰을 만들 능력이 부족하여 외국의 법규를 모방했다면 보다 철저하게 연구하여 공정한 룰이 시장에 확립되도록 심혈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한다. 이제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이나 투자금융은 국제경쟁력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법규와 규제에 대한 운영능력 또한 국제적 수준을 요구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메일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