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車, '엄살과 실제 사이'

[기자수첩]현대車, '엄살과 실제 사이'

이승제 기자
2006.03.07 08:45

현대자동차는 요즘 '위기 경영'에 대한 시장의 상반된 반응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 일부러 엄살피운다"는 것도, "그렇게 어려웠나. (현대차에 대한) 투자를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분석도 못마땅하다.

최근 현대차의 위기경영은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대폭 인하 요구'와 '과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의 임금동결'라는 두가지 '사건'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 두가지가 시기상 맞물려(납품단가 인하가 먼저였다), 회사 입장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했다.

" '협력업체 쥐어짜기'로 여론의 비난이 일자 애꿎은 자사 직원들을 볼모로 삼았다"는 반응은 현대차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심지어 회사 내부에서조차 불만스런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결국 '설득'의 문제인데, 현대차는 그런 점에서 대화 기술이 부족한 듯하다.

현대차측은 "위기경영은 이미 지난해초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항변한다. 지난 2004년 하반기부터 환율 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도드라졌고 위기경영은 이를 돌파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국내 기업경영에서 위기경영은 더이상 '무너지지 않기 위한 최후 수단'이 아니다.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더욱 높이 뛰어오르기 위한 하나의 전략일 뿐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위기경영을 '부정적인 투자 신호'로 바라보고 있다. 회사측은 "신성장 전략의 시작이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강변하지만 시장은 동상이몽식 해석을 내놓기 시작한다.

혹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정 일변도의 기업 평가'라는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닐까. 일단 점수를 깎아내린 뒤 살펴보는 보수적인 기준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닐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결코 외부에서 강제된 것이 아니다.

시장과 기업은 벽을 터놓고 솔직하게 대화해야 한다. 편견과 선입견은 투자자 혼란으로 이어질 뿐이다. 시장의 편견은 대화 부족에서 비롯하고, 대화 부족은 잘못된 시각에서 싹튼다.

현대차의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시장과 기업 사이에 놓인 대화 장벽이 얼마나 높은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벽을 허물기 위한 작업이 신뢰와 공생을 향한, 그리고 보다 확신에 찬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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