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시장논리 도입은 위험..건보 보장률 80% 이상 확대부터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61.3%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2008년까지 71.5% 이상 확대하는 게 목표다. 건강보험은 보장률이 80% 이상일 때 선진국형 건강보험으로 정착됐다고 본다.
그런데 요즈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료서비스의 산업화, 영리법인병원 도입,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의 주장은 `건강보험 선진국'으로 발전하는데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영국의 대처 전 총리는 "모든 산업은 민영화가 가능하지만 나라를 지키는 국방과 국민건강을 지키는 의료만은 민영화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료보장제도는 자유주의국가의 시장경쟁체제에서 낙오되고 소외된 국민들을 위해, 나아가 과중한 의료비 때문에 가계가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이다. 여기에 시장경제논리를 적용하려는 것은 실로 사회보장 철학이 실종된 위험한 발상이다.
미국이 대표적으로 전국민 의료보장체계 확립에 실패한 나라다. 미국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러시아혁명, 세계대공황 등 국내외 정세에 밀려 번번이 뒷전으로 밀렸고, 클린턴도 대통령선거 공약대로 전국민 의료보장체계 입법을 추진했지만 이익집단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 결과 미국은 전국민의 15.6%인 4500만명이 아무런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고, 매년 200만명 이상이 과중한 의료비로 파산하고 있다. 미국의 국민건강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의료영리법인 허용과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는 필연적으로 거대자본에 의해 세워지는 영리의료법인과 국내 재벌 보험사의 민간의료보험이 상호 계약을 해 새로운 의료체계를 만들게 돼 의료기관도 양극화 길을 걷게 된다.
의료이용자도 고급병원을 이용하는 고소득층 민간보험 가입자와 영세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저소득층 건강보험 가입자로 양극화될 것이다.
영리의료법인은 수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통제된 보험수가에서 벗어나 본인들이 원하는 임의진료수가를 받기 위해 건강보험 지정기관에서 제외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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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칠레는 NHS 방식의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다 1981년 군사정부에 의해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민간보험의 `가입자 고르기'로 민간보험의 70% 이상이 40세 이하의 젊은층으로 구성되고, 65세 이상자는 2%만 가입됐다. 이로 인해 공적보험은 의료수요가 많은 노인들로 이뤄져 보험재정의 악화를 초래했다.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공적보험은 반드시 위축돼 사회보장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한번 의료보장체계가 무너지면 이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린 나라는 없다. 영리의료법인 도입과 민간보험 활성화 논의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선진국 수준인 80% 이상으로 확대돼 확실한 의료보장제도로 자리매김한 다음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