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두산 오너일가 '처음처럼'

[기자수첩]두산 오너일가 '처음처럼'

김용관 기자
2006.03.16 09:42

박용만두산부회장이 결국 이사직을 포기했다. 지난 6일 두산 이사 후보로 이름을 내건지 열흘만에 결심을 바꾼 셈이다.

박 부회장을 맹비난했던 참여연대는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의 투명성 확립 기반이 될 것"이라며 박 부회장의 이사후보 사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지주회사로 전환될 두산의 이사진에 오너 3세는 모두 물러나게 됐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새로운 술을 새부대에 담게 된 것이다.

두산은 이미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으로 획기적인 개선안이 발표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깔끔하지 않다. 지난 7월 이후 두산그룹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 적지 않다.

두산은 지난 1월19일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격 전환을 선언하며 '신경영'의 기치를 높이 들어 올렸다. 총수 일가의 비리로 얼룩진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클린 컴퍼니'로 재탄생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두산은 지난달 28일 창업주 고(故) 박두병 회장의 4남인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을 두산산업개발의 등기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를 다시 시도하고 있다.

박용만 부회장을 사내 이사 후보로 추천한 건 일주일 후인 지난 6일 이었다. 1심 판결에서 유죄 선고를 받은 박 부회장이 이사직에 남는 것은 오너 일가가 '경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두산그룹측은 이에 대해 항상 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대주주로서 최소한의 권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박 부회장이 결국 여론을 못 견디고 물러섰고, 두산이 내건 명분도 무색해지고 말았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두산이 어떻게 정리해갈지 지켜보는 눈길이 많다. 오너 일가가 110년 전 창업 당시를 돌아보며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앞으로도 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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