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윤증현 위원장님, 피자 한판 내시죠"

[현장클릭]"윤증현 위원장님, 피자 한판 내시죠"

김익태 기자
2006.03.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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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바고는 기자에만 해당되나, 사소한 말실수가 때론 분란거리 될수도-

매스컴 용어로 '엠바고(Embargo)'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안의 중요성과 국민생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일정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하는 것'를 의미합니다. 보도시점까지는 흔히 '엠바고가 걸렸다'고 합니다.

뉴스가치는 좀 떨어지더라도 정부기관의 일정에 맞춰 보도자료의 보도일정이 사전에 공지되기도 합니다. 이것 역시 넓은 의미의 엠바고라 할 수 있습니다.

엠바고를 위반했을 때에는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위반 경위와 고의성 여부, 기사의 경중을 따져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을 제재합니다. 지난 1월 모 신문사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라는 제하의 기사를 작성했다 노동부의 엠바고를 파기했다는 이유로 1년간 출입정지를 당한게 대표적입니다.

기자가 출입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도 얼마전 엠바고 위반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금감원이 우리금융그룹의 '토종기업 공모펀드' 홍보전략을 강력히 경고했다는 기사가 문제가 됐습니다. 기사 내용 중에 엠바고가 걸린 '공모펀드(우리금융의 펀드)가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기사의 경중과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이 감안돼 다행히 출입제한이라는 징계는 없었습니다. 단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당사자가 출입기자들에게 피자4판을 '쏘는' 것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지금까지 장황하게 엠바고 얘기를 늘어놓은 것은 28일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엠바고를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주 금융감독원의 주간 보도 일정을 보면 수요일 조간용으로 '한·중·일 금융감독협력 세미나 결과'가 잡혀있었습니다.

3개 국가의 금융감독 당국자들과 학자들이 서울에 모여 28~29일 이틀간 ▲신바젤 협약 도입에 따른 감독당국의 당면 과제 ▲투기자본 모니터링 ▲조기경보체제 구축과 운영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한다는 내용입니다.

수요일 조간용이면 언론사들은 전날인 화요일 12시부터 해당 기사를 취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 모 영자신문 화요일 판에 세미나 개최와 논의 내용에 대한 윤 위원장의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엠바고 요청을 해온 출입처의 장(長)이 이를 위반한 모양세가 된겁니다.

뉴스가치가 높지 않아 기자들 사이에서는 '위원장도 1~2주간 위원장실 출입정지를 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오고갔습니다. 한편에서는 '고의성도 없어 보이고, 출입정지 역시 불가능하니 피자4판으로 해결하는게 낫겠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금감원은 담당 실(室)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렇지만 엠바고는 기자만 지키는게 아니라는 점이 간과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사소한 부주의가 때론 큰 논란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실례로 지난 2002년 4월 임동원 당시 외교안보통일특보는 방북 후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방북 브리핑을 했습니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이 자리에서 오간 얘기에 대해 '포괄적 비보도'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청와대와 통일부, 국가정보원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즐겨보고 있다'는 비보도 내용이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일본 아사히신문에 서울발 기사로 나가 논란이 됐습니다.

정세윤 당시 통일부장관도 국회에 나가 통일부 기자실의 오랜 엠바고였던 이산가족 방북 관련 상황을 공개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관련 사실이 보도될 경우 이산가족 행사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어 통일부에서 엠바고를 요청했던 사안이었습니다.

2003년 8월에도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단기보유 양도세 중과'라는 세법 개정안을 아무 예고도 없이 국회에 나가 언급해 문제가 됐습니다. 이 역시 관계부처 협의 등을 이유로 재경부가 엠바고를 요청해 놓았던 내용이었습니다.

'한·중·일 금융감독협력 세미나 결과'를 이런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면 그것이 곧 '정책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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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태 편집담당 상무

안녕하세요. 편집국 김익태 편집담당 상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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