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금융 가치 높인 것이 '죄'?

[기자수첩]우리금융 가치 높인 것이 '죄'?

진상현 기자
2006.04.03 08:21

 "민영화를 위해 주가를 떨어뜨려야 하는 비극적 운명의 CEO가 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지난 1월18일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의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 황 회장은 민영화를 앞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이 LG카드를 인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은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2개월여 후. 황 회장은 결국 '비극적 운명의 CEO'가 돼야 할 판이다. 지난달 29일 최대주주인 예보와 정부는 LG카드를 무리하게 인수하지 말라는 의사를 우리금융측에 공식 전달했다. 완곡한 표현이지만 사실상 우리금융의 인수전 참여를 만류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의 반대 논리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민영화를 앞둔 금융기관의 덩치가 더 커지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황 회장이 취임했던 지난 2004년 3월말 7조원에서 2년이 지난 현재 15조5000억원을 넘었다. 우리금융의 시장가치를 취임기간 중 2배 이상으로 늘렸으니 황 회장은 LG카드 인수가 아니라도 이미 우리금융 민영화의 '역적'이 된 셈이다. 그러나 과연 역적이 될까.

 둘째는 LG카드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 황 회장도 "무리한 가격에 LG카드를 사는 것은 맞지 않다"고 여러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LG카드를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인수하면 우리금융의 기업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첫번째 이유와 두번째 이유가 상충된다는 얘기다.

 논리적 상충점은 접어두고 LG카드 가격이 정부의 말대로 지나치게 높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같은 시장상황에서 LG카드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신한금융은 어떻게 봐야할까. 같은 매물에 대한 다른 판단.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의 주주 가운데 어느 한쪽은 이의제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신한금융은 되는데 우리금융은 안되는 이유. 공적자금의 의미를 잊지 않고 있다면 정부는 더 설득력 있는 답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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