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유기현대차노조위원장을 비롯한 기아차,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위원장들은 기세등등했다.
4일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만난 그들은 회사측에 대해 "비상경영 방침과 과장급 이상 임금동결 선언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들은 "회사측이 불법적으로 비자금 조성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더 엄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회사 비리혐의에 대해 항의하는 집회를 19일 양재동 본사 앞에서 갖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와 같은 내용의 선언문을 낭독한 후 기자들을 향해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노사관계가 왜 불신이 심하고, 또 노조가 왜 전투적인가에 대해 더 이상 질문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회사가 이같은 불법을 저지르면서 비상경영이라는 명목으로 노조를 억압하고 임금을 동결하려고 하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회사의 이같은 비리 때문에 단체협약 등 노사협상에서 노조가 회사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조항 신설 등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 어느 쪽이 현대차그룹의 사회적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지만 박 위원장은 준비를 해온 듯 비교적 논리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들으면서 머리속이 복잡해 졌다. 노조는 어찌됐든 회사의 한 축이다. 그런 노조가 언론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곤경에 빠진 회사측을 더 몰아붙이는 결과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럼에도 노조측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충만해 보였다.
그 순간 머리속에는 한가지 기억이 오버랩됐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노조는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금전을 수수하고 취업을 청탁받아 알선한 혐의였다. 불과 1년전 일이지만 박 위원장은 이날 그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듯 당당했다.
박 위원장이 잠시 후 자리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오늘 기자회견을 위해 울산에서 새벽에 출발해 서울까지 달려왔는데 기자들도 몇 안보이고 카메라는 한 대도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