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인수의향서 제출이 마감된 19일 오후 3시10분. LG카드의 주채권기관인 산업은행 기자실에 정태진 기업금융1실장과 류희경 기업금융1실 총괄팀장, 김진택 공보팀장이 들어왔습니다. LG카드 인수의향서 제출과 관련된 브리핑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성화에 어쩔수 없이 이끌려 온 것이죠.
기업금융실은 LG카드 매각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곳으로, 인수후보들이 제출한 인수의향서를 직접 접수한 부서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입장과 함께 기자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고, 펜과 수첩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정태진 기업금융실장의 브리핑은 "아무것도 밝힐 것이 없어 죄송합니다"라는 단호함으로 시작했고, 기자들의 뇌리에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번졌습니다. 당초 산업은행에서는 LG카드와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상태로, 정보가 발설될 경우 해당 인수후보에 불이익이 가해질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던 상태였기 때문에 정 실장의 반응은 예상됐던 터였습니다.
하지만 기사에 굶주린 기자들의 반격이 시작습니다. "그러면 왜 오신거죠"라는 질문부터 "모 은행에서는 어제 냈다고 하던데 인수자격은 충분하겠죠" 등 유도심문까지 공세도 다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 담당자들의 입은 묵묵부답이었는데, 양측에 감돌던 긴장감을 깨트린 것은 한 기자의 돌변취재였습니다.
"실장님. 답변하시기 어려우실 것 같은데, 쉬운거 하나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실장) 뭐죠?" "저희가 스무고개로만 물어볼테니 예스-노로만 답해주세요"
순간 양 진영 모두 웃음이 터졌고, 정 실장은 "그래도 죄송합니다"라며 미소로 대응했습니다.결국 기자들은 산업은행의 벙어리 전략에 백기를 들었고, 이어진 브리핑은 향후 매각일정에 관한 평이한 내용으로 간단히 끝났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산업은행이 인수후보들과의 비밀유지 협약을 지키겠다며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밖에서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면면이 공개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외국계 모 금융기관 관계자를 산업은행 1층에서 봤다는 등의 소문이 돌며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모습도 관측됐습니다.
정보는 물과 같아서 손으로 아무리 막는다해도 흐르기 마련이지요. 산업은행의 비밀유지 협약은 어차피 지켜지지 못할 약속이었습니다. 숱하게 경험한 매각작업에서 이미 경험한 일 아닌가요. 이럴 바에야 차라리 협약을 개선하고 인수후보만큼이라도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의 혼란을 막는것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