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금자리론의 눈물

[기자수첩]보금자리론의 눈물

임동욱 기자
2006.05.12 08:31

지난 10일 비 내리는 아침, 주택금융공사의 전 임원과 노조위원장 등은 서울 도심거리로 나와 보금자리론 판촉을 위한 가두 캠페인을 벌였다. 가슴에 노란색, 녹색 띠를 두르고 지하철역 출구에서 나오는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직원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빗방울과 함께 흘러 내리고 있었다.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마련한 재원으로 서민들을 중심으로 10년 이상의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소위 '앉아서 팔던' 상품인 보금자리론의 판촉을 위해 공기업 임직원들이 왜 거리에서 영업을 벌여야 했을까. 은행권이 공격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리며 보금자리론이 터를 두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시장을 맹렬히 파고들면서 보금자리론의 금리경쟁력이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의 보금자리론 금리는 10년이 연 6.6% 고정금리다. 15년 이상 상품은 이보다 더 높다. CD에 연동되는 은행권의 담보대출금리는 이보다 낮고 최근에는 4.6%까지 제시된 곳도 있다. 변동금리이니 올라갈 위험은 있지만 저금리 기조가 워낙 장기화되다 보니 사람들이 10년이나 넘게 고정금리 상품인 모기지론을 선뜻 이용하기 꺼리고 있다.

숫자로 봐도 안타깝다. 지난 4월 중 보금자리론 공급실적은 869억원으로 전달 1017억원보다 대폭 줄었다. 지난해 평균 3516억원 수준이던 보금자리론 공급실적은 지난 1월 668억원 수준까지 줄었다. 공사 측은 그래도 올해 초 수준보다는 낫다며 자위하고 있지만, MBS를 발행하기 위한 하한선으로 평가되는 월 3000억원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돕기 위해 지난 2004년 초 설립한 공사의 역할이 설립 2년만에 빛을 잃고 있는 것이다.

현 제도 상 추락하는 보금자리론을 되살릴 묘안이 마땅찮다. 시장에 MBS를 발행하고 이자비용을 산정한 뒤 결정되는 공사의 조달금리는 이미 5%가 넘어있는 상황이다. 저금리시대에 맞춰 보금자리론의 재원을 국민주택기금 등 낮은 정책금리로 조달할 수 있게 해 시장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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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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