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신없는' 한·미 FTA 세미나

[기자수첩]'자신없는' 한·미 FTA 세미나

홍혜영 기자
2006.05.19 09:26

"저는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한 적은 없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에서 열린 '한미 FTA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한미 FTA를 지지하는 학계와 경제단체의 전문가들은 자신 있는 태도로 FTA 체결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토론회장에서 비판과 질의가 쏟아지자 이들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듯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들 스스로가 아직 한미FTA의 성과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한 참석자는 "솔직히 100% 준비를 끝낸 다음 개방해야 하는지, 아니면 서둘러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지금은 어차피 예상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이처럼 우리는 아직 FTA에 관한 '컨센서스'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데 미국의 움직임은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 16일 한미 FTA를 통해 한국 시장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재개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벌써부터 압박을 가할 태세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제조업 부문의 이득이 농업 서비스산업 등에서의 손실보다 더 클 것'이라는 막연한 예측만 늘어놓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다음 달 5일 열릴 예정인 1차 협상에서 과연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 분야 수출도 기대했던 것보다 'FTA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정부의 입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자동차 산업 대신 섬유 산업이 한미FTA의 최대 수혜업종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섬유 산업은 국내에서 이미 사양산업일 뿐 아니라 중국 등 후발국과 가격경쟁이 어렵다는 지적이 맞섰다.

결국 세미나가 내놓은 결론은 '자신없다'는 것이다. 한미FTA를 언제 체결하느냐 보다는 어떤 내용으로 체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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