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성장 지속과 사상최대 이익 달성 전망', '신ㆍ구 사업의 조화로 제 2의 전성기에 진입', '건설경기 회복과 상품매출 호조가 실적개선의 동인', '개발력 향상 인상적'...
증권선물거래소(KRX) 리서치 프로그램(KRP)에 의해 지난 5~6월 나온 보고서들의 제목이다. 하나같이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돼 있다. 제목만 보면 투자하고 픈 마음이 절로 생길 정도.
이같이 KRP 보고서들의 제목이 천편일률적으로 좋은 것은 돈을 받고 써주기 때문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KRP 참여기업이 300만원을 내고 증권선물거래소측이 KRP운영기금을 통해 700만원을 지원하며 증권사 두 곳이 각각 500만원씩 받고 연간 8회의 분석보고서를 작성한다.
'돈 받고 보고서를 써준다'고 해서 애초부터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KRP는 최근 VK가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무용론에 휩싸이고 있다. 그러나 KRP를 우직스럽게 밀고 있는 KRX는 KRP 홍보에 여념이 없다. VK 사태가 벌어진 지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은 3일 KRX는 KRP 성과분석이라는 자료를 냈다.
KRX는 "KRP의 시행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비중이 늘었고 주가변동성이 완화됐다"고 자평했다. 매매비중이란 기관이나 외국인이 얼마나 매매했는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 수치가 증가했다는 것은 매매를 많이 했다는 뜻이다. 정작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보유비중은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변동성도 0.5%포인트 개선돼, 큰 의미를 지니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KRP에 참여한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KRP 분석기업으로 배정받은 기업 가운데 회사 내외부에 문제가 있는 기업의 경우 해당기업과 우리는 분석보고서를 내지 않길 원했지만 KRX가 보고서를 내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보고서를 낸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KRX가 KRP 보고서수를 늘리기 위해 증권사들을 종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보고서 수에 신경 쓰다보니 양질의 보고서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KRX의 이런 노력이 제2, 제3의 VK 투자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 지 따져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