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성 반도체 경쟁력 상생경영이 만든다

[르포]삼성 반도체 경쟁력 상생경영이 만든다

기흥(경기도)=박준식 기자
2006.07.30 13:32

[신기술 개발 위한 삼성전자-中企간 상생경영 현장 가다]

지난 1993년 이후 D램 부문 세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최첨단 60나노 공정 기술을 적용해 8Gb MLC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최근 이 기술을 기반으로 SLC(Singel level cell) 낸드 플래시를 적용한 세계 최고속 메모리 카드를 출시했다. 메모리 카드의 기반이 되는 단품 칩 경쟁력을 이 같이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지난 28일, 그 비결을 찾기 위해 경기도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첫 도착지는 삼성 반도체의 산실인 기흥공장.

◇"청청지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기자단을 맞은 이승백 반도체총괄부문 부장의 첫 인사가 의미심장(?) 하다. 알고보니 전자사업장 특유의 청정함을 강조하기 위한 자랑인 동시에 애연가들의 흡연욕구를 달래기 위한 중의적 위로가 담긴 인사였다.

기흥공장은 사업장 내 대부분의 구역이 금연지구로 지정돼 있다. 수율, 즉 불량품이 없는 비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조치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먼지 한점도 허용치 않는 깨끗한 환경을 필요로 한다.

최근 상용화된 1기가 D램과 같은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라인의 청정도는 '클래스1'. 클래스N은 1입방피트(가로·세로·높이 모두 30cm)에 직경 기준 약 0.1미크론 크기(머리카락 평균직경의 1000분의 1)의 먼지가 N개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클래스1은 여의도 보다 6배 큰 땅에 500원 짜리 동전크기만한 먼지가 1개 있다는 뜻. 이 같은 철저한 관리 덕분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들은 골든 수율(80% 이상의 수율)을 달성하고 있다.

이날은 3라인을 참관했다. 윈도우 투어를 통해 육안으로 라인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작업자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레 들여다 본 내부는 평화로워 보였다. 몸가짐은 조심스러웠다.

천정과 바닥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작업자들이 아무리 신중하게 움직여도 미세한 먼지는 날리기 마련. 이 때문에 천장에서 바람을 불어 바닥으로 보낸 후 정화기를 거쳐 다시 라인에 유입하는 공조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183,500원 ▲16,300 +9.75%)는 이같은 생산라인 총 24개와 연구라인 6개를 2012년까지 건설해 세계 최대 반도체 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기흥공장 주변에 화성 1공장을 포함, 2공장 부지까지 총 91만평의 생산터를 확보했다. 33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이 사업이 성공하면 2012년에는 매출 규모가 61조원으로 늘어난다. 단일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올해 계획한 투자금액만 5조6000억원. 그러나 이렇게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최근 맞닥뜨린 문제가 있다. 바로 기술제품을 뒤따라오지 못하는 설비·소재의 개발 시차다.

◇신기술 개발해도 설비 못만들면 허사..상생이 대안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양산하는데 필요한 투자계획을 갖춰도 제조설비 기술이 뒤따라오지 못한다. 설비가 만들어지는 것을 기다리느라 경쟁사에 추격기회를 주게 되는 문제만큼 억울한 일도 없다. 상생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그 때문.

기흥을 뒤로하고 버스로 50여분을 달려 평택 톨게이트를 넘어섰다. 사잇길을 돌아돌아 들어선 IPS(아이피에스)의 정문은 단촐했다. 세계 최초로 반도체 전공정 ALD 양산장비를 개발한 회사라는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기술·설비간 시차를 극복한 사례로 꼽을만 했다. 번지르르한 대문이 세계최고 기술을 갖추는데 필요한 조건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IPS는 삼성전자와 기획 설비개발을 통해 지난 2004년 국내최초로 ALD/CVD방식의 메탈 장비를 개발했다. 이전까지 이 장비는 미국 A사가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을 포기해 일본 T사가 독점하고 있었다. 독점이 가지는 특권과 그로 인한 횡포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국산 기술이 필요했지만 대기업이 설비업 등 모든 기술개발에 집중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중소기업이 대안이지만 국내 중소기업 자체 힘만으로는 투자비가 적잖고 적기에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

삼성전자는 이 때문에 개발능력을 갖추고 있던 IPS에 기술을 지원하고 장기 무이자로 10억원을 대출해 줬다. 밤낮없는 연구 덕분에 당초 2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던 예상은 1년만에 깨졌고 적기에 설비를 개발한 덕분에 틈새시장 공략이 가능해 졌다. IPS는 지난해부터 이 제품을 국내·외에 판매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 증대 효과를 봤다. 외국산 대비 투자비 30% 절감과 125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는 덤으로 얻고 있다.

◇소재도 기술있어야 수입대체 가능.."세라믹 덩어리를 국산화하라"

평택의 또다른 현장. 장당동에서 찾은 솔믹스 본사는 장대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회사는 반도체를 만드는 설비에 필요한 세라믹 소재를 제조하는 곳.

첨단 반도체 제조라인은 화학약품이 수반되는 수백번의 단위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 필요한 설비부품은 높은 내구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만들기가 쉽지 않다.

솔믹스는 올 8월말 '잉곳'이라 불리는 고순도 실리콘 덩어리를 시험 생산하기로 예정했다. 반도체 에처 장비에서 웨이퍼를 담을 수 있는 일종의 받침대를 만들기 위한 재료다. 이 실리콘 제품은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6인치 실리콘 잉곳 개발사업을 위해 솔믹스에 지금까지 27억5000만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외자를 대체해 국산자재의 사용을 확산키 위한 목적이었다.

자금 뿐 아니라 기술지원을 병행했고 원재료 구입도 주선했다. 잉곳을 만드는 원재료인 폴리 실리콘은 최근 유가급등으로 인해 만들기 쉽고 이윤이 많이 남는 제품으로만 팔리고 있어 수량확보가 하늘의 별따기다.

솔믹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8월 시생산에 이어 늦어도 내년 2월까지 양산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원가가 30%이상 절감돼 제품 수익성이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황득규 삼성전자 구매담당 상무는 "국내 373개, 해외 251개 등 총 624개의 협력사를 둔 삼성전자는 총 구매의 38%를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지난 2004년 이후 이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협력회사 당 평균 거래금액도 144억원으로, 과거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며 "기술력과 자본력에서 우위에 있는 외국기업이 설비 등의 부문을 주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생협력을 통한 설비·소재의 국산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