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단명하는 운용사 CEO

[기자수첩]단명하는 운용사 CEO

김명룡 기자
2006.10.02 09:13

“자산운용사 사장단 모임에 갈 땐 꼭 명함을 두둑하게 챙겨야한다.”

취임한 지 무려(?) 6년이 지난 자산운용사 CEO의 얘기다. 사장단 모임에 명함없이 갔다가는 낭패보기 일쑤라고 한다. 그것도 1~2장이 아니라 여러 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최근 D운용 L대표가 10개월 만에 교체됐다. 경영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회사측 이유다. 하지만 L대표가 재임기간에 D운용사의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자산운용사 평균 수익률의 2배에 달했다.

물론, 성과는 회사 측이 판단할 내용이며 인사권은 회사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회사 측이 주장대로 L대표의 성과가 나빴다 하더라도 10개월의 성과는 운용사 CEO인사에 반영되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라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업은 운용사의 철학과 운용 프로세스를 판다는 얘기가 있다. 운용철학에 따라 투자스타일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수익률도 달라진다. 결국 CEO의 투자철학은 종목선정이나 포트폴리오의 구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CEO의 철학이 실제 자산운용에 스며들 수 있을 만큼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내 운용사 CEO의 임기는 평균 2년이 되지 않는다. 대기업 계열의 한 운용사 대표는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보다는 초기에 단기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기 마련”이라고 털어놨다. ‘단명’과 이를 벗어나기 위한 ‘단기적이고 무리한 운용’이 악순환 될 수 있다는 셈이다.

‘영혼이 있는 투자자’라고 불리는 존템플턴 경. 그는 1943년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1992년 회사를 매각할 때까지 50년간 회사를 경영했다. 피델리티ㆍ뱅가드 등 세계 유수의 자산운용사들도 CEO 교체 없이 수 십년간 같은 철학으로 운용됐고 그 철학을 믿고 투자자들이 돈을 맡기면서 성장했다. 우리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CEO’들에게 장기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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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룡 증권부장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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