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조생현 보령메디앙스 대표
"하루에 직원 3사람을 무조건 칭찬하고 주 1회는 현장에 나가 결재를 합니다. 또 한달에 한 번은 회사 밖 호프집에서 직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연 매출 560억원이던보령메디앙스(1,656원 ▼64 -3.72%)를 취임 3년 만에 1000억원대 회사로 키운 조생현 대표의 말이다. 직원들과, 또 고객들과 함께 뛰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고민하던 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람회나 설명회에서 타사 제품을 사용하는 산모에게 '왜 그 제품을 쓰는지' 물어보면 보령메디앙스가 개선해 나갈 방향이 절로 보입니다. 마케팅이 중요한 소비재 시장에서 고객과 함께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보령메디앙스가 저출산의 시대에 고성장을 거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사람이 결혼해 아이 한 명을 낳는 저출산 시대는 유아용품 회사 입장에서 이만저만 힘든 상황이 아니다. "보령메디앙스가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110만명이 넘던 고객(신생아)이 이제는 50만명에 불과하다"는 조 대표의 말 그대로다.
경쟁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고객은 점차 줄어드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조 대표는 여기서 기회를 찾았다. 고객인 산모, 아기들과 함께 뛰다 보니 '프리미엄 제품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흉년에 엄마는 배고파 죽고 애는 배 터져 죽는다'는 옛 말이 있습니다. 고객인 아기 숫자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고객 한 명이 쓰는 돈은 2배, 3배 느는 거죠"
이렇게 시작한 것이 유아복 '쇼콜라'다. 내 아이에게는 최고를 입히고, 먹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공략한 것이다. 2004년 첫 선을 보인 프랑스 유아복 브랜드 '쇼콜라'는 2년도 안 돼 수많은 국내 아동복들을 물리치고 백화점 판매 1위로 올라섰다. '쇼콜라'의 기세를 몰아 최근에는 '피셔 프라이스'라는 브랜드로 완구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조 대표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아 관련 브랜드는 30여가지가 된다"며 "조그마한 흠집조차도 있어서는 안 되는 아기 브랜드 특성 상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령메디앙스의 브랜드 마케팅 성공 비결을 설명했다.
수입 라이센스 브랜드 뿐 아니다. '닥터 아토' 등 보령메디앙스가 자체적으로 만드는 브랜드와 제품 역시 세계 최고를 지향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자체 유아용품 브랜드 '하티앙'은 제품 사용자인 아기들의 눈높이에서 만들었다. 유치원과 보육원 등 아기가 있는 곳이라면 직접 달려가 디자인부터 색상에 이르기 까지 소비자인 아기들이 더 좋아하는 것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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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유아용품은 소비자인 아기가 아닌 엄마의 취향만을 고려했습니다. '하티앙'을 만들며 어른들이 소홀하기 쉬운 아기들만이 좋아하는 색과 모양까지 고려하다 보니 제품 출시가 생각보다 늦었습니다"
조 대표의 내년 목표는 매출 1700억원이다. 올해보다도 400억원 이상 늘어난 숫자다. 지난 3년간 2배가 넘는 성장을 이끌어왔지만 아직도 성이 차지 않은 듯 하다. 조 대표는 이 1700억원의 해답을 30년 유아용품 전문 기업의 장인정신과 인터넷의 결합에서 찾고 있다.
"매장에 가보면 무거운 몸을 이끌고도 작은 글씨 하나하나까지 제품 설명서를 꼼꼼히 읽는 임산부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받고 또 알맞은 제품을 한 자리에서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아이맘 하우스'다. 50만 고객이 함께 만드는 인터넷 '아이맘' 사이트 속 각종 정보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끌어 내 육아 정보는 물론, 원스톱 쇼핑 공간으로 만들었다. 최근 문연 청담동과 김포, 논산 시범 매장을 시작으로 전국에 100여개 '아이맘 하우스'를 만든다는 목표다.
노인 시장도 조 대표가 욕심내는 부문이다. "늙으면 애가 된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노인=베이비'라는 것이지요. 유아용품 전문회사가 새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실버 시장입니다"
하지만 조 대표의 노인 시장 공략은 신중하다. 아직은 노인들의 구매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 고급 성인 기저귀를 수입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내 아이에게는 비싼 것을 사주지만 본인이나 부모가 쓰는 제품은 아직까지 값싼 것을 찾는 것이 우리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은 노인의 구매력이 높기 때문에 성인 프리미엄 시장이 크지만 우리는 아직 아니라는 것을 기저귀 사업에서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 또한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노인 시장에서 회사의 미래를 만들 것입니다"
요즘 조 대표는 신난다고 스스로 말한다. 약대를 졸업하고 보령제약에서만 30년 넘게 잔뼈가 굵은 그가 3년 전부터 유아용품 회사를 책임지며 또 다른 경영의 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제약 회사는 소비자와 전문가 층이 넓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비재 회사는 모두가 조언자고 또 주변 모든 것이 아이디어 입니다"
누구나 고객이고 조언자이기에 노력한 만큼 결과도 나오고 또 항상 새로운 시장과 도전도 눈앞에 놓여있다는 뜻이다.
직원들의 주례보기도 보령메디앙스 대표로서 새로 생긴 일과 중 하나다. "사원들이 결혼 하고 아기 낳는 걸 보면 참 예쁩니다. 그래서 주례 부탁이 오면 거절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 대표가 탄생시킨 부부만 이미 20쌍이 넘는다. 또 2쌍의 주례 일정도 이미 잡혀있다.
주례를 많이 서다보니 본의 아니게 친구들로부터 오해도 받는다고 한다. 결혼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불길한 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주례일정이 잡히면 상가에 가는 걸 피하기 때문이다.
"6년 전 건강을 이유로 금주와 금연을 시작했는데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담배를 끊으니 아기들도 스스럼없이 안을 수 있어 좋습니다" 잘 나가는 유아용품 기업 보령메디앙스에서 제2의 경영 인생을 펼치고 있는 조 대표의 얼굴이 환해 보이는 건 그저 경영이 잘되기 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조생현 보령메디앙스 대표 약력>
1946년생
1970년 성균관 대학교 약학대학 입학
1979년 해군소령 예편, 보령제약 입사
1983년 보령제약 기획조정실장
1989년 보령제약 마케팅 담당 이사
1993년 보령제약 생산본부장 전무이사
1997년 보령제약 대표이사 부사장
2000년 보령제약 대표이사 사장
2003년 보령메디앙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