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는 일찍이 시장의 자율적인 자원배분기능, 즉 '보이지 않는 손'의 전지전능함을 강조했다.
시장에 참여한 모든 경제주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들의 사적이익 추구행위가 가장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능케 함으로써 공동체 전체의 경제적 후생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대부분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달성한다. 하지만 때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여 시장기능의 실패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이른바 '비대칭 정보'이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 교수는 그의 기념비적 논문 '레몬시장'에서 시장참가자간 비대칭 정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여기서 '레몬'은 겉보기만 그럴 듯 하고 속으로는 형편없는 물건을 의미하는 속어로 우리말의 '빛 좋은 개살구'에 해당한다.
그에 따르면 시장에서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은 중고차의 품질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겉보기만 멀쩡하고 속은 그렇지 않은 중고차를 제값보다 더 높은 가격에 구매하게 된다. 적정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한 이 구매자는 나중에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중고차 시장에서 더 이상의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다.
또 품질이 좋은 차를 팔려는 사람 역시 제값을 못 받는 중고차 시장을 떠나게 돼 결국 중고차 시장에는 품질이 안 좋은 매물만 남게 될 것이다. 이같은 성격의 시장을 '레몬시장'이라고 하는데,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레몬시장에는 열등한 재화만 남게 돼 구매자는 질이 낮은 상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 즉 '역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역선택'은 금융시장에서도 예외 없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우량고객과 불량고객을 구분할만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지 못할 경우, 우량고객은 적정수준보다 높은 금리를 지불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불량고객에게는 상대적으로 우대하게 되어 리스크관리에 어려움을 겪거나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은 금융시장의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신용정보는 금융시장의 인프라로 정보왜곡과 역선택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금융회사는 신용정보회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신용도를 공정하게 평가, 고객에게 적정가격이 반영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용정보업은 외환위기 이후 비로소 태동된 점을 고려하면 빠르게 성장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향후 성장성 면에서도 '블루오션'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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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신용정보를 금융회사가 공유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하지만 신용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되면 금융회사는 리스크를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고, 금융소비자는 보다 낮은 비용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접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선진 신용사회로 변모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신용정보회사는 신용정보 공유확대에 부응하여 고객의 프라이버시가 충실히 보호될 수 있도록 내부통제 시스템을 더욱 강화, 보다 정확한 신용정보를 금융회사에 제공할 수 있도록 선진 평가기법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또 금융당국도 신용정보의 수집에서 관리, 유통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신용정보의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개인신용정보 오남용 및 개인정보유출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이처럼 모든 이해당사자와 정부가 협력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 우리의 금융시장은 효율적 시장이 될 수 있고, 동북아 금융허브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