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한준수 코오롱유화 대표이사

"기업이 30년간 흑자를 낸다는 게 쉬운일이 아니죠. 30년 흑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그만큼 무겁고 부담스럽습니다. 좋은 기업을 경영하는 게 행운이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크고 고민도 많이 해야 하지요"
코오롱유화는 1976년 설립된 이후 지난 30년간 한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코오롱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한준수 사장은 2005년 12월 사장으로 승진해 코오롱유화의 30년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원화강세와 고유가로 경영 여건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에도 목표한 경영실적은 무난히 달성했다.
한 사장은 "성장을 위해 올해 2~3건의 신규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연관 사업 부문에서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한준수 코오롱유화 대표이사와의 일문일답
-30년 연속 흑자를 달성한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내실있고 안정적인 경영에 힘써 온 결과입니다. 한눈 팔기보다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 정도경영 때문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노사가 힘을 합쳐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온 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최근 현대차 노사 갈등이 심각합니다. 코오롱유화는 노사관계가 모범적인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 코오롱유화가 처음부터 노사관계가 좋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1989년 처음 노조가 결성된 이후 93~94년까지 큰 갈등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노사가 부단한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아 이견을 좁히고 갈등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안정적인 노사관계 구축의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성과 기반의 임금체계입니다. 코오롱유화 임금은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본급으로만 보면 업계 중간 수준입니다. 하지만 노사가 힘을 합쳐 목표를 달성할 경우 성과급으로 철저히 보상해 줍니다. 성과급을 받으면 단숨에 업계 상위 수준으로 올라가죠.
직원들은 이제 노사가 힘을 합쳐 목표를 달성하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몫이 커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사가 자연스럽게 협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왔습니다. 지난해에도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조만간 성과급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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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경영목표를 말씀해 주신다면.
▶ 올해 매출 목표를 5300억원으로 잡았습니다. 고흡수성폴리머 3만톤 증설이 상반기에 완료될 예정입니다. 또 성장을 위해 3~4건의 신규투자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10년까지 1조원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자체 성장동력 육성 뿐만 아니라 관련 사업으로 M&A를 시도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3S'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3S는 '성장'(Scale up), '경쟁력 향상'(Step up), '지속가능경영'(Sustainable management) 등 3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입니다.
- 최근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는데요.
▶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중동 산유국들의 유화 플랜트 증설은 국내 유화업체들에게 큰 문제입니다. 국내 유화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한바탕 몰아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유화공장들이 20~30년전에 지어져 규모도 작고 효율도 떨어집니다. 구조적으로 경쟁이 힘들기 때문에 작은 업체들끼리 합종연횡을 해야합니다. 이것이 석유화학업계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고유가와 원화강세가 아무래도 경영에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 유가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유화업체들이 동시에 당면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환율은 우리나라 만이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일본 기업들과 경쟁할 일이 많은데 엔/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간 괴리는 커다란 위협요인입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석유화학산업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에서 올리는 대표 수출 업종입니다. 코오롱유화도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수출입니다.
-해외 생산비중이 높은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코오롱유화는 현재 중국 쑤저우에 페놀 공장을 갖고 있습니다. 코오롱유화는 대부분 제품을 수출하기 때문에 더 이상 국내 증설로 해외시장에서 경쟁하기는 어렵습니다. 해외로 직접 나가야 합니다. 서두를 일은 아니지만 기회가 발견되는대로 해외진출을 추진할 것입니다.
- CEO가 되신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 나의 결심이 마지막 결심이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누구에게도 결정을 미룰 수가 없지요.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만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요. 모든 최고경영자들이 느끼는 공통점이겠지요.
-경영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무엇인지요.
▶ 사장 취임 초기 윤리경영, 성장기업, 고객성공 등 3가지를 경영방침으로 선포했습니다. 윤리경영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내는 것입니다. 기업이 해야 할 사회적 책임, 종업원이 해야할 책임 등을 다할때 윤리경영이 이뤄집니다. 코오롱유화가 30년 흑자를 낸 것도 이러한 윤리경영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두번째는 성장입니다.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세번째는 고객이 돈을 벌어 성공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중소 고객사들에게 모든 경영 노하우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연구소를 오픈해 생산기술을 공유합니다. 심지어 전기기술자를 보내 방전이나 누전 등 전기 설비를 점검해 주기도 합니다. 협력기업이나 고객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해주는 건 길게 보면 코오롱유화의 이익이 됩니다. 우리는 서로 이익이 되는 관계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