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중심 금융환경 변화..수수료 수입, 해외진출로 활로
예금과 대출로 대변되던 은행의 전통적인 영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펀드 등 자산운용시장의 성장으로 은행 예금의 자금 조달 위력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산관리계좌(CMA) 등 다른 업종의 경쟁상품들이 호시탐탐 은행 고객들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지급준비율 인상, 은행채에 대한 유가증권신고서 제출 의무화 등 제도적인 변화도 하나같이 은행들에 우호적이지 못하다. 은행 중심의 금융환경이 생각보다 빠르게 '지각변동'을 시작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은행채 마저.." 자금조달 고민 '가중'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은행채를 발행할 때도 다른 채권들과 마찬가지로 유가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은행의 무분별한 은행채 발행이 유동성 증가로 이어지고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부추긴 측면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신고제인 만큼 형식적인 변화로도 볼 수 있지만 발행분담금을 내야 하고 발행 때마다 은행장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은행채는 펀드시장의 성장 등으로 예금 등 다른 수신 부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돌파구가 돼 왔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지난해 은행채 발행을 통한 조달 규모는 183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조원(26.1%) 급증했고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도 67조1000억원으로 13조7000억원(25.8%) 늘어났다.
반면 예금을 통한 조달 규모는 590조6000억원으로 17조7000억원(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시중은행 자금팀 관계자는 "은행채가 사실상 최후의 보루였는데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자산운용사 수신 증가율, 은행수신 압도

이처럼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데는 펀드와 CMA 등 경쟁 상품의 등장이 가장 큰 요인이다. 각종 펀드 등에 운용되는 자산운용사 수신 잔액은 2004년 42조원, 2005년 17조3000억원, 지난해 30조3000억원 순증, 3년만에 6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은행 수신 잔액(은행채 제외) 12.9%(73조8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증권사의 CMA 등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이자가 0.1~0.2%에 불과해 핵심예금으로 불리는 보통예금이 전체 자금 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3.6%(161조1000억원)로 2005년의 14.4%(153조9000억원)보다 낮아졌다.
이 밖에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은행권의 자금조달 수요가 총 5조원 가량 더 늘어난 것도 은행권의 자금조달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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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시장도 어려워..수수료 영업, 해외진출 모색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대출 등 자금 운용에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나마 최근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이 위안(?)이다.
위험이 적은 대출로 은행들이 주력해왔던 주택담보대출 대출 수요가 정부 규제로 급감한데다 대기업 대출은 여전히 수요가 없고 중소기업 대출은 리스크가 높아 적극적으로 대출해주기 힘들다. 대출 경쟁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은 호전될 수 있겠지만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주는' 전통적인 은행 영업의 성장세는 당분간 어렵다는 얘기다.
은행권이 이같은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추세적인 흐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논란 중인 자본시장통합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은행 고유의 기능인 지급 결제 업무까지 증권사에 허용된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 등으로 은행 중심의 금융시장 환경이 바뀔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예금, 대출 외에 IB 업무, 파생상품 등 부수업무를 강화하고 해외시장 진출에도 역점을 둬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