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에 허리케인을 불러올 수 있다”라는 것이 있다. 이처럼 미묘한 움직임이 크게 증폭되어 엉뚱한 결과를 나타내는 것을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부른다. 전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이러한 나비효과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중국증시의 폭락으로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의 개방화와 다양한 금융기관과 상품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는 한 금융시장의 문제가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전세계로 급속히 확대 재생산되는 공조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 불안의 연결고리는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압력이다. 일본의 낮은 금리와 약화된 엔화는 전세계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공짜에 가까운 자금을 제공해 왔다. 이러한 엔차입 자금의 상당 부분은 상하이 부동산과 중국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뭄바이 부동산, 구글 주식, 미국 지방채, 우리나라 부동산 등에도 광범위하게 투자되었다.
중국 증시의 폭락, 일본의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 움직임은 이렇게 투자되었던 자산을 청산하여 대출금을 갚으려는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으로 이어지고 전세계적인 자산의 투매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
'서브프라임론'이라 불리는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뉴스 역시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을 연결고리로 하여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이 우려되는 것은 부실의 확대가 미국 주택경기 침체로 이어지게 되고 미국 정부가 국내 경기의 연착륙을 위해 금리인하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금리 인하가 이루어지게 되면 일본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엔화 절상으로 이어져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을 촉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금융시장 불안의 급속한 확대 재생산은 금융시장의 개방화와 다양한 금융상품과 투자기법의 개발로 인해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금융시장의 개방과 다양한 투자기법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총 규모가 1조 달러로 추정되는 헤지펀드들이며 이들은 금융시장 불안의 전세계적인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전략을 사용하며 투자 규모를 키우기 위해 차입된 자금을 활용한다. 이들의 공격적인 투자전략은 높은 실패율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데 1994년에서 2003년 사이 연평균 14.3%의 실패율을 기록하고 있다.
1998년 48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파산한 LTCM이나 2006년 9월 천연가스 선물 투자에서 단 1주일만에 6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파산한 아마란스펀드처럼 이들은 세계 금융시장 불안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금융시장의 공조화 현상에 우리나라 역시 예외일 수는 없으며,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불안에 우리 스스로 급속히 노출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투자는 4,415억 달러로 이는 전년 대비 816억 달러 증가한 금액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증권투자로서 2006년 말 규모는 2005년 말 447억 달러에서 325억 달러 증가한 772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의 급속한 확대 재생산은 불가항력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경제를 이러한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미 이루어진 개방화를 되돌리는 현대판 쇄국정책을 시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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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충격과 불안을 견디어내고 극복할 수 있는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안정을 어떻게 이룰 것이냐에 있다.
민간신용과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GDP로 나눈 비율을 금융시장의 상대적 규모를 비교하기 사용하는데 우리나라는 1.2에 불과하여 싱가포르의 2.0, 대만의 2.5에도 못 미치고 있다.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규제, 감독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의 정비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선진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법이다. 이 법이 입법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통해 혹시 발생할지 모를 부작용을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는 매매·중개업과 자산운용업의 겸업, 자산운용업과 자산보관관리업무의 겸영 등은 업무간 차단벽 (Chinese wall), 내부관리시스템과 공시 강화, 감독체제 정비가 선결되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통합법이 금융회사의 겸업화와 대형화에 기여하기 보다는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지 모를 걱정이 앞선다.
현재의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걱정과 근심의 대상이기 보다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이룰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