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M&A 위협이 거론될 때 마다 '국가 기간산업 보호론'이 관심을 끈다. 미국이 국가안보를 위해 국가 기간산업을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게 하는 법인 엑슨플로리오법을 가지고 있음을 참고해서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국회에 있다.
국가 기간산업에 속하는 회사의 경영권을 외국인으로부터 정부가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 그것이 글로벌 시대에 맞는 생각인지, 또 어떤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인지에 대한 의문이 따른다.
필자는 국가기간산업의 보호는 국가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며 지정학적 세력균형과 평화 유지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어떤 기업이 보호 대상인가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은 국가안보가 무엇인지 일부러 정의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정치 구조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은 지난 세기 초반까지도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 산업 장악을 걱정해야 했던 세계 최대의 자본수입국이었다. 하버드 법대의 백츠 교수가 기업의 국적에 관해 1961년에 발표한 기념비적인 연구논문을 보면 미국이 독립 이후 전통적으로 보호해 온 국가 기간산업은 5개인데 해운, 금융, 부동산 및 광업, 전기통신, 항공 등이다. 놀랍게도 해운에 관한 논의가 이 논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 국가 기간산업의 보호를 논하면서 삼성전자, 포스코 같이 전통적인 카테고리에 속하지는 않지만 국민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기업을 포함시킬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해운업은 크게 다루어지고 있지 않은데 이는 근년에 외국의 거대 선사와 관련 펀드가 국내 선사들의 경영권을 직접 위협하거나, 많지 않은 지분의 운용으로 국내 기업들간의 긴장을 조성시키는 일이 잦음에 비추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와 자원 전쟁에 몰두하고 심지어는 에너지 파시즘의 대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코스 회장을 제거하고 순식간에 국유화를 단행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린다.
에너지의 보고 중앙아시아는 벌써 미국, 러시아, 중국의 각축장이 되어 있다. 미군의 글로벌 재배치는 석유와 가스의 관점에서 가장 잘 이해된다.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기업들을 놓고 유럽통합을 되돌리려는 듯이 험악하게 다투고 있다. 중국의 CNOOC는 '감히' 유노칼을 인수해서 미국 본토에 상륙하려다가 셰브론을 '긴급 투입'한 미국 의회에 의해 저지되었다.
에너지와 자원의 확보는 공급과 유통의 뒷받침을 필요로 하고 그 일은 해운과 항만물류산업이 한다. 이 일은 송유관이나 육상운송이 다 담당할 수 없다. 강대국들의 군사력은 향후 에너지 확보와 운송의 신경망을 보호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할 것이고 결국 해양에서의 국력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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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이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와 주 정부들이 제작년에 두바이월드포트의 미국 동부지역 항만 인수를 저지한 것을 보면 아직도 해운항만의 정치적 성격은 건재하다. 미국인들은 외국인의 미국 항만 인수를 본토에 대한 상륙작전쯤으로 본 것 같다. 미국은 아직도 양차대전의 경험으로 연근해 운송업에는 25%로 외국인 지분을 제한한다. 이는 1789년 이후 일관된 미국의 해운산업 보호주의다.
요컨대, 국가기간산업이란 첫째,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한 산업이다. 국민의 세금이 집중적으로 투자된 산업이다. 그러한 산업에 속하는 기업이 그 성장에 기여한 바 없는 외국인의 지배 하에 그들의 글로벌 경영전략의 한 터미널로 전환될 수는 없다.
둘째, 환경관련 산업이다. 환경에 대한 통제권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한다. 어떤 국가도 방사능폐기물 처리를 외국기업에 맡기지 않을 것이다. 셋째, 국가공동체 구성원들의 공통적인 정치경제적 열망(aspiration)이 반영된 산업이다. 이는 선택의 문제다.
해운산업을 완전히 개방한 국가들은 초강대국들과 지정학적으로 덜 민감한 북유럽 국가들이다. 반면,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거대 선사들의 합종연횡과 M&A 공세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입법 노력이나 정부의 정책 방향 모색에 국가기간산업의 특별 취급이 포함되게 된다면 에너지와 해운산업의 전략적 위상과 미래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