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 실적 '눈가리고 아웅'

[기자수첩]은행 실적 '눈가리고 아웅'

임동욱 기자
2007.05.04 08:06

"곧 발표할 1분기 실적 괜찮나요?" (실적발표를 기다리던 기자)

 "숫자 아주 좋습니다. 기대해 보세요" (실적발표 자료를 검토하던 직원)

 최근 시중은행들이 지난 1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잇따라 '사상최대 실적달성'이라는 제목을 단 실적자료를 내놨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지난 분기 무려 1조1825억원의 순이익을 발표했고, 같은기간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8870억원과 440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같이 괄목할만한 성과 뒤에는 LG카드 지분매각이익이 있었다. LG카드 매각차익으로 국민은행은 세후 약 4320억원을 거둬들였고,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3678억원과 2513억원을 챙겼다. 이를 제할 경우 실제 이들 금융기관들이 순수한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은 대부분 지난해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영업을 통해 얻은 수익이 하락한 금융기관도 있다.

 더구나 일부 경영지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어 '외화내빈'의 모습이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에서 은행들의 '영업대전'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ㆍ우리ㆍ기업은행 등은 지난분기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하락세를 보였고, 일부 은행은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물론 치열한 금융권의 경쟁 속에서 일시적으로 경영지표가 악화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LG카드 매각을 통해 얻은 막대한 수익을 내세우며 진실의 모습을 가리려했던 금융권의 모습을 보면 '왜 국내 금융권에 세계일류 기업이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투자자들 역시 이같은 겉포장에 현혹될만큼 어리석지 않다. 실제로 이들 금융기관들의 주가는 실적발표 이후 대부분 내렸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인정하며 개선을 위해 노력 하는게 일류의 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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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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